삼성그룹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외국자본의 경영권 공격 위험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주장에 제기됐다. 또 이 같은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도 폐지보다는 지배 대주주의 직접 지분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17일 '외국인 주식보유비중 증대의 문제점'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소버린자산운용의 SK(주) 지분매입처럼 외국인들의 경영권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주회사는 계열사에 비해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낮고, 지배 대주주 지분률이 낮은 곳들"이라며 "이 두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기업은 SK(주)와 삼성물산"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삼성물산 계열사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6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내부지분도 8.1%(대주주 일가 1.6%)에 불과하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삼성증권, 제일기획 등을 거느리고 있다.
증권연구원 빈기범 연구위원은 "현재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금융감독원 의무신고범위 밖인 5%의 삼성물산 지분(약 1,000억원)만 매입하더라도 삼성그룹 전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실제로 3월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를 비롯해 유사한 경영권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권 공격 대비책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대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지배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영권 위기가 복잡한 순환출자나 피라미드식 교차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기업을 소유하는 데서 발생한 것인 만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는 문제의 소지를 더 키울 수 있으며, 계열사 동반부실 위험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배 대주주의 지분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사모투자전문회사 육성을 통해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오히려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SK(주)의 경우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뒤 SK텔레콤에 대한 출자회사 할인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두산의 경우 계열사에 비해 시가총액은 적지만 대주주의 지분비율이 높아 경영권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같은 연구원 오승현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일거에 국내시장에서 철수할 경우의 증시가 붕괴될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 "외국인들이 국내주식 대량매도에 나선다면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가지수선물매도 등의 위험분산(헤징)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외국인 선물 누적 순매도 최대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로 외국인 투자총액 170조원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외국인이 단기간에 국내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만 "풋옵션 대량 매수를 통한 투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풋옵션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극단적 투기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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