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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새 화두, 클러스터

입력
200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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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스터(Cluster)가 정부와 재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몇 년 전부터 연구기관에서 이 용어가 등장하더니 경제부처마다 클러스터를 들고 나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연내 6개 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 육성 시범단지'로 지정, 매년 1,00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도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에 인구 2만명이 거주하는 50만평 규모의 '클러스터형 미래 신도시' 20여 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자부와 건교부의 계획이 포함된 '제1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에도 클러스터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일반에겐 용어 자체가 생소한데다 설명을 들어도 쉽게 와 닿지 않지만 뭔가 획기적인 개념의 단지처럼 보인다.클러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과일의 송이처럼 비슷한 것들의 집단이나 덩어리를 일컫는다. 경제용어로 쓰일 때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전·후방 연관관계에 있는 기관들이 특정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개발 부품조달 정보교류 사업화 등에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집적지(集積地)를 말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대표적인 클러스터다. 클러스터정책이 각광 받는 것은 지식경제시대를 맞아 클러스터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시도 일종의 클러스터다. 도요타자동차의 본거지인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에릭슨이 있는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시, 노키아의 본거지인 핀란드 울루시가 대표적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최고 승용차를 목표로 개발한 렉서스를 성공적으로 세계 명차대열에 합류시키며 포드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자동차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기술 개발에서부터 부품·제품 공급이 긴밀하게 이뤄지는 클러스터형 기업도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 클러스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울산 포항 창원 구미 같은 산업단지는 다소 느슨한 형태지만 클러스터 성격이 강하다. 산자부의 계획은 울산 창원 구미 반월·시화 광주 원주 등 느슨한 클러스터 성격을 갖고 있는 6개 지역을 연구소와 대학이 연계된 밀도 있는 본격적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건교부의 미니 신도시 계획도 기존 신도시형태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클러스터 개념을 접목시킨 것이다.

재정경제부의 '자족형 기업도시' 육성방침 발표 이후 클러스터형 기업도시 건설 추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단지 공장만 짓게 해서는 투자매력이 없어 공장과 함께 주거단지도 함께 개발토록 해 개발이익이 기업에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파격적 발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업도시 건설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기업들의 요구에 호응해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는 큰 목표도 있지만 건설경기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막으면서 일자리 창출과 함께 투자·소비를 촉진하는 내수 부양효과를 노린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가 자족형 기업도시 건설을 방해하는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주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도시 유치에 나서고 기업도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기대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9개시가 기업도시 유치를 신청했고 전경련은 파격적 혜택과 조건 등을 담은 '기업도시건설특별법'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클러스터가 탄생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정부가 먼저 조직과 기능의 클러스터화를 꾀해야 한다.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설익은 클러스터를 들고 나와 얼기설기 엮어놓는다고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진행중인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마련된 국가균형발전계획부터 뭔가 치밀한 집적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민준 논설위원/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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