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 도우며 경쟁했더니 실적도 남보다 두 배입니다."대한생명 서대문 법인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선제호(30) 제훈(30)씨는 쌍둥이 보험설계사이다. 형인 제호씨는 20여명의 설계사를 거느린 팀장, 제훈씨는 같은 팀의 일원이다. 쌍둥이형제가 같은 영업소에서 일하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둘은 남달리 탁월한 영업실적 때문에 더욱 화제다.
지난해 제호씨는 신계약 100건에 1억3,000만원의 수입을, 제훈씨는 신계약 128건에 1억500만원의 수입을 각각 올려, 3만여 대한생명 설계사 중 2%에 불과한 '억대 연봉 설계사'의 반열에 나란히 올랐다. 덕분에 최근 열린 이 회사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형은 팀장대상을, 동생은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일란성 쌍둥이라 외모뿐 아니라 성격이나 목소리까지 쏙 빼 닮은 형제는 경력 역시 닮은 꼴이다. 첫 직업은 백화점 판매사원. 대학졸업 후 1년 간격으로 같은 백화점에 나란히 입사해 수입가전 코너에서 함께 물건 파는 일을 했다.
보험영업에 뛰어든 것은 2002년 초. 형이 먼저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위해' 보험설계사로 변신했다. 제호씨는 상품 세일즈 경력을 살려 설계사 생활 첫 달부터 5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등 탁월한 실적으로 입사 1년 만에 팀장에 전격 발탁됐다. 제호씨는 '일한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설계사의 매력을 동생에게 소개했고 결국 동생도 지난해 1월부터 보험설계사로 전업을 했다.
남다른 끈기와 성실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형제는 평소 서로의 영업방식에 대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제호씨는 "보험상품을 팔면서 서로 겪는 경험은 물론 직업별, 유형별 고객 대응방법 등 중요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귀띔한다.
형은 일찍 결혼해 2자매를 둔 아빠이고, 동생은 미혼이지만 생김새가 워낙 비슷해 요즘도 고객은 물론 동료직원들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한 고객이 형제와 번갈아 가며 상담을 했다가 보험상품을 중복으로 계약할 뻔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때문에 주위 사람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요즘엔 서로 헤어스타일도 달리하고 동생은 일부러 안경까지 착용하고 있다. 방문영업을 할 때 같은 장소에 동시에 나타나지 않도록 서로의 일정표를 조정하는 것은 매일 아침 기본적인 업무수칙이다.
제호씨 형제는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우직하게 발로 뛰는 보험 세일즈를 하고 싶다"며 "5년 뒤 연도대상 시상식에서는 우리 형제가 나란히 공동대상을 받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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