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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디자이너 정구호의 옷 이야기-영화인 답지 못했던 대종상 옷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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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디자이너 정구호의 옷 이야기-영화인 답지 못했던 대종상 옷차림

입력
200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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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종상 시상식이 있었다.운 좋게 나도 2개 부문에(미술상과 의상상) 올라 장미희씨와 동행하게 되었다. 지난번에도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직접 가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영화제인 만큼 그날 입을 의상에 대한 생각들이 계속 내 머리 속을 휘저어 놓았다. 너무 잘 입으면 튀어 보일 테고, 수수하게 입으면 예의가 아닌 듯 싶고, 그래도 의상 디자이너인데 좀 튀게 입는 건 어떨까 등등.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도 포멀로 입을까, 캐주얼로 입을까, 아니면 뉴욕스타일로 시크하게 입을까, 등의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영화제에 어울리는 예의를 갖추자는 쪽으로 굳어졌다. 검정 바지, 검정 셔츠에 노타이를 하는 대신 턱시도 롱 재킷을 입기로 했다. 장미희씨도 여배우로서 세련미와 글래머러스함, 그리고 섹시함도 가미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깨선이 드러나는 검정색 드레스를 만들어 드렸다.

시상식 동안 시상자와 수상자 등 많은 배우, 영화 관계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각양 각색의 옷들을 입고 나왔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칸느 영화제 등을 화면과 지면을 통해 줄곧 보아온 나로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곳에 초대받아 온 사람들이 이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알고 온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평상복을 입고 온 사람부터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 하는 영화제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가 정도는 감안하는 것이 초대 받은 사람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비싸고 사치스러운 옷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옷이 없다면 블랙 타이 정도의 예복은 입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배우들이야 그들의 멋을 패션너블하게 자유 자재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배우 역시 몇몇은 배우스럽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중 권상우씨의 의상이 빛났다. 케쥬얼하지만 세련되게 검정 정장에 검정 셔츠을 오픈해서 입고 포인트로 준 흰 벨트와 흰 운동화는 턱시도를 대신할 수 있는 스타일이였다. 또 엄정화씨의 바디라인이 잘 드러나는 흰색 롱드레스와 깔끔한 악세사리, 실버색의 펌프스, 정말 클래식해 보이는 장미희씨의 벨벳 드레스 정도가 영화제와 잘 매치되는 패션이었다.

영화제가 끝나고 리셉션에서 신영균씨가 “덕담 한마디 하겠다”고 나와 영화제와 관객, 시청자들에 대한 배우나 영화인들의 예의에 대해 말했다. 그런 신영균씨에게 나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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