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협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 협회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 때문이다.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날 노 대통령이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금융 협회 역할론'을 들고 나오면서 각 금융 협회들은 발언의 진의 파악과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는 등 전전 긍긍하고 있다.
가장 초조한 곳은 은행연합회다. 노 대통령이 협회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유독 은행연합회를 직접 거론한 데다, LG카드 사태 등 금융권 현안의 중심에 회원사인 은행들이 놓여져 있는 탓이다. 은행연합회는 청와대 간담회가 끝난 16일 오후 신동혁 회장 주재로 임원 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 담당 임원이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를 방문해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은행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스템 위기 시 금융기관 공동대처 방안 및 은행연합회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 강봉희 상무는 "청와대 간담회 이후 초 긴장 상태"라며 "중요 현안에 대해 은행연합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지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협회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신탁협회 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나머지 금융 협회들도 16∼17일 임원 회의 등을 통해 노 대통령의 주문에 대한 후속 대책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주문 자체가 모호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한결 같은 고민이다. 투자신탁협회 노병수 상무는 "협회 차원에서 시스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상당히 고민된다"며 "어떤 형태든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가 어떤 형태로든 금융 협회들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금융계 한 고위 인사는 "협회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간 무사안일의 태도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간담회로 협회들이 변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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