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을 잘 써야 산다.'공사판이 아니라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나도는 말이다. 17일까지 8개 구단이 치른 연장전은 모두 32게임. 정규 시즌의 절반도 안돼 지난 한해 수준(35게임)에 육박한 것은 물론 한 시즌 최다 기록(1996년 49게임)까지 갈아엎을 기세다. 가히 연장전 시즌으로 불릴 만하다. 전력 평준화에다 타고투저에 휩쓸려 각 팀의 불펜진이 막판에 무너지는 것도 연장전 양산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장전 승부의 관건은 실력보다 정신력이다. 점수를 먼저 내는 팀이 이기는 이른바 서든데스 게임 방식의 연장전에서는 집중력과 승부욕이 승패를 가른다. 역대 연장 승부에서 뚝심의 두산(45.8%, 100승41무77패)과 패기의 기아(43%, 83승42무68패)가 승률 1, 2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올 시즌 '연장을 가장 잘 다룬 팀'도 역시 기아다. 7번의 연장 승부에서 5승2무무패를 기록했다. 현대도 5승2무2패로 연장 승부는 선두 질주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비해 꼴찌 롯데는 올 시즌 13차례나 피 말리는 연장전을 치르느라 만신창이가 돼 있다. 특히 9회말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놓고 내야수의 믿기 힘든 실책으로 정규 이닝을 넘긴 3일 삼성전이나 7회까지 6―1로 앞서다 8회 2점, 9회에 3점을 내주면서 3게임 연속 연장 승부의 징검다리를 놓았던 10일 한화전은 마치 '연장전 귀신'이 롯데의 발목을 잡아 끄는 듯한 인상마저 들게 했다. 설상가상 롯데의 연장전 성적은 1승8무4패로 참담하다. 이 추세라면 86년 팀이 세운 한 시즌 최다 연장(21게임)은 물론 한 시즌 최다 무승부 기록(93년 태평양의 10무승부) 경신도 힘들지 않아 보인다. 사실 롯데의 연장 악몽은 단지 불운 탓은 아니다. 롯데는 역대 225번의 연장 승부에서 36%(81승48무96패)의 승률로 8개 구단 중 꼴찌다. 해결사 부족과 근성의 빈곤이라는 팀 컬라가 낳은 업보인 셈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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