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더위로 팍팍한 삶이 더욱 힘들어지는 여름, 잠자리만이라도 시원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덥고 축축한 여름 밤은 잠까지 앗아가 당장이라도 한강 둔치로 뛰어나가 돗자리를 펴고 눕고 싶은데….에어컨을 켜고 자려니 배탈이라도 날까 불안하고, 땀만 흘리고 있자니 다음날 몰려올 나른함이 걱정되는 때, 눅눅한 침구부터 상큼한 여름용으로 바꿔보자. 두껍고 칙칙한 이불을 걷어내는 것만으로 여름 밤 체감온도를 한층 낮출 수 있다.
전통 삼베와 대나무로 시원하게
깨끗한 면 소재 천에 밝은 빛깔의 풀 모양 자수가 놓여진 시원한 여름 침구. 싱그러운 화초와 어우러져 침실 체감온도를 한껏 낮춰준다. 습도 조절을 위해 바닥에 얇은 러그를 깔았다. 두산오토 제품.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더운 여름 밤을 났을까. 여름 소재 중 가장 시원한 것은 단연 삼베다. 삼베는 면보다 20배나 빠른 흡수력과 배출력을 갖고 있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시원한 것은 물론 위생 면에서도 탁월한 ‘웰빙 패브릭’이다. 땀이 차면 바로 배출하기 때문에 섬유가 변하지 않고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어 눅눅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서양식 침대에 잘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를 위해 최근에는 삼베 소재에 현대적인 느낌의 꽃무늬 자수를 놓아 다른 인테리어 소품과 잘 어울리도록 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삼베소재 제품은 시원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대신, 물빨래가 안되고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모양이 망가지기 쉬운 것이 단점이다.
이런 불편함을 보완한 것이 이른바 ‘지지미 원단’이라 불리는 리플(rippleㆍ물결 모양 잔주름이 있는 면직물) 소재다. 리플은 순면 패브릭을 가공해 바람이 잘 통하고 피부에 닿는 느낌이 시원하도록 한 것으로, 자주 물로 빨아도 끄덕 없는 것이 장점. 따로 속을 넣지 않아도 되도록 누빔 소재로 나온 것이 가볍고 쓰기 편하다.
레이스 소재 침구는 바람이 잘 통하고 습기를 머금지 않아 여름에 인기다. 두산오토 제품.
최근 친환경 소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천염염색을 한 기능성 제품들의 주가도 높아졌다. 침구 전용 브랜드 이브자리 디자인팀 장미화 팀장은 “황토의 은은한 갈색, 천연 옥의 밝은 회색, 식물에서 따온 시원한 초록빛 등으로 물들인 이불 등의 친환경 침구는 여름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며 “특히 여름이면 땀띠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천연 염색 침구는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침실 전체 분위기가 한국식이라면 대나무를 엮어 만든 ‘대자리’를 깔아보자. 대자리는 원래 대나무를 엮어 짠 것을 뜻하지만 요즘은 왕골로 짠 것이 대부분이다. 여름 습기에 견디기 위해서는 압축나무보다 원목 제품이 좋으며 색상이 고르고 나뭇결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퍼져 있는 것을 골라야 오래 쓸 수 있다. 바닥에 까는 대자리는 두꺼운 뒷면을 대지만 침구로 쓰는 것은 왕골이나 대나무만 끈으로 엮어서 만들므로 끈이 튼튼히 엮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바닥의 끈적함을 없애기 위해 얇은 러그를 까는 것도 좋다. 흔히 러그는 겨울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땀 때문에 축축한 발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에 유용하다. 단 두꺼운 울 소재 러그는 답답하고 더운 느낌을 주므로 타월과 비슷한 느낌의 면 소재 제품을 깔도록 한다.
눈에서부터 낮추는 체감온도
시원한 북극 사진만 보고 있어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계곡에서 텀벙대며 노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진다. 집안을 꾸밀 때도 더운색을 쓰면 실제 온도보다 덥고 답답해보이기 마련이다.
여름철 가장 시원해보이는 색상은 깨끗한 흰색이지만 단조로워보이는 것이 단점이다. 두산오토 인테리어팀 고윤경 대리는 “하늘하늘한 레이스 천이 달린 흰색 침구가 여름철에 가장 인기”라며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순면 소재 레이스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낸다”고 말했다. 구멍이 많이 뚫려 바람이 잘 통하고 장마철 습기를 머금지 않으며 침대 아래 쌓인 퀴퀴한 공기를 잘 순환시킨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비슷한 모양의 커튼을 달거나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레이스 커버를 씌우면 시원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휴양지를 찾는 이들의 셔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꽃무늬 프린트는 시원한 해변 분위기를 낸다. 너무 짙은 색상의 소재를 이용하면 답답한 느낌이 나므로 푸른색이나 밝은 연두색이 흰색과 섞인 침구를 고르자. 무늬가 선명하고 큼직할수록 보기에 산뜻하다.
꼭 꽃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무늬에서 따온 프린트는 꽉 막힌 실내의 숨통을 틔어준다. 이브자리 장 팀장은 “손으로 그린듯한 수채화 느낌의 식물 무늬는 편안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준다”며 “중동에서 건너온 ‘페이즐리(paisleyㆍ화려한 올챙이 무늬)’나 동남아 풍의 화려한 ‘바틱(batikㆍ인도네시아 전통 염색 천)’도 여름에 돋보이는 무늬”라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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