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한국의 대표 브랜드입니다."조정원(57)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의 '태권도브랜드론(論)'을 듣고 있자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973년 5월 창립된 WTF 31년 역사상 첫 민주적인 경선을 통해 신임 총재에 오른 그는 '태권도=코리아=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태권도 세계화의 비전을 설파하느라 인터뷰(17일·서울 경희의료원)는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지난 11일 176개 회원국(아시아 51, 아프리카 36, 유럽 47, 미주 42)과 30명의 집행위원(총 206표) 중 149명(유효 147표)이 참석한 선거에서 조 총재는 '포스트 김운용'의 염원을 담은 106표를 얻어 예상 밖의 큰 승리를 거뒀다. WTF에선 활동을 하지 않고 대한태권도협회 고문만 맡았으니 본인 표현대로 "205대 1(대한태권도협회 회장 표)의 싸움에서 이긴" 셈이다.
그런 만큼 그는 포부도 컸다. "무엇보다 각국 연맹의 목소리부터 진지하게 들어야 합니다. 3월 출마한 후 힘닿는 대로 각국 연맹회장을 만났습니다. 마치 우리의 1980년대 민주화요구처럼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데 결론은 바로 심판의 공정성과 연맹 운영의 투명성이었습니다."
그는 "국내유일의 국제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선 화합과 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조 총재는 스포츠마케팅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200만 달러 규모의 연합기금을 조성해 취약국가의 연맹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뿐이 아니다. 2년 내 WTF 본부건물 신축(서울 내곡동), 태권도지도자 양성 및 보급, 국제태권도연구소 설립, 세계태권도연맹네트워크 추진, 국제태권도학술대회 개최, 태권도 파크 건립 등 태권도 세계화를 위한 구상이 그의 머리 속에 가득 차있다.
문제는 돈. 솔선수범하기 위해 그는 "사재 5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했다. 또 "660억원의 아테네올림픽 배당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기금 운영에 어려울 게 없다"고 했다. 장기적으론 태권도와 마케팅을 결합하는 '스포츠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태권도시범단 해외공연, 프로태권도대회 등이 그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시도를 안 했을 뿐이지 볼거리와 흥미거리를 강화해 기업과 연계한다면 태권도 브랜드의 가치가 엄청나다"고 공언했다.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 문제도 걱정할게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을 만났는데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태권도는 걱정할게 없다'고 말했다"며 "오히려 2008베이징올림픽 때 태권도 체급 수를 늘리는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가 채울 임기는 김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10개월이 고작이다. 그는 "10개월이 결코 짧지 만은 않다. 일단 산하연맹에 올림픽 배당금의 공정분배부터 시작해 본부 건물은 내년쯤 기공식을 할 계획"이라고 운을 뗀 뒤 "중요한건 연맹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큰 틀을 모든 태권도인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학시절(70년대) 미국 땅에서 버젓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하나! 둘!" 한국어 구령을 부치며 미국인을 호령하는 태권도 도장과 사범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곤 '아∼ 한국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게 태권도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일본의 유도학과처럼 태권도도 충분히 학문으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83년 최초로 경희대에 4년제 태권도학과를 만들었고 95년엔 국제태권도아카데미(ITA)를 열어 태권도 저변확대와 세계화의 길을 개척했다.
"태권도 인구가 5,000만명입니다. 이번에 선거운동하면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나라도 태권도를 아끼고 사랑하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태권도 인구 '1억명 시대'는 시간 문제입니다. 비록 10개월이지만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4월 당당하게 다시 출마(3대 총재)하겠습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조정원 총재 약력
생년월일: 1947년 12월10일
출생지: 서울 종로구
가족: 부인 이유경(52)씨와 2남2녀
취미: 등산, 테니스
학력: 경희대 경제학과
미 페얼리디킨슨대 국제정치학 석사
벨기에 루뱅대 국제정치학 박사
저서: 남북통합론 등 다수
경력
1979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92년~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
1995년~ 국제태권도 아카데미(ITA) 원장
1996~2003년 경희대 총장(10,11대)
1999년~ 대한태권도협회 고문
2000년~ 사단법인 태평양아시아협회이사장
2002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2003년~ 제5대 아시아태평양 대학협의회 회장
2004년~ 베이징대 객좌교수, 세계태권도연맹(WTF)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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