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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뛰다 '또채비 놀음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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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뛰다 '또채비 놀음놀이'

입력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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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채비(도깨비의 경상도 방언)들을 만나러 39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또채비들이 사람 많은 어수선한 곳을 싫어하고 하릴없이 놀이판에 돈을 쓰는 것도 싫어해 경기 양주시 문화예술회관 회의실에 몸 푸는 곳을 마련했다 하니 멀리 게까지 가는 참이었다.도깨비에 관한 이야기 다섯 마당을 묶은 ‘또채비 놀음놀이’를 예술의전당에 올린다고 했으니 바빠도 한참 바빠야 할 터인데 이 또채비들 보소, 웃으며 몸 풀고 놀면서 연극하네. 왈 “연극이 삶이고, 삶이 연극이라.” 예끼! 3년 만에 좀 컸다고 잘난 척인가. 그런데 막상 노는 모습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지더라.

또채비, 일상 속에 숨은 리듬을 찾다

극단 뛰다의 연습실에 들어서니 단원들이 탈춤을 추며 몸을 풀고 있었다. 넓은 연습실 한 가운데 짐승 털이 깔린 커다란 정사각형 매트가 있고 가장자리를 따라 악기들이 죽 늘어서 있다. 배우라야 고작 다섯인데 악기며 소품이 풍성하다. 가죽 매트는 알고 보니 염색한 천이다. “우리끼리 소품을 알아서 다 해결한다”는 연출가 이현주(32)씨의 설명.

악기들의 유래를 듣고는 더 놀랐다. 상투 모양의 이상한 악기가 있어 봤더니 현악기였다. 밑에는 대접, 위에는 컵을 붙이고 양끝에 숟가락을 꽂고 사이에 줄을 매단 것이다. 조롱박 안에다 좁쌀과 콩을 넣어 흔드는 일명 ‘칙칙이’, 도마로 바닥을 만들고 위에 대나무를 잘라 붙인 ‘대나무 실로폰’ 등 무려 15가지 악기들이 이렇게 재활용품으로 만든 것이다. 오줌싸개들이 소금 얻을 때 쓰고 다닌 키도 대나무 막대로 문지르니 훌륭한 악기가 됐다.

배우 윤진성(33)씨가 대나무 토막에 창호지를 붙인 피리로 우스꽝스런 소리를 내다가 불어보라고 건넨다. 쉽게 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달리 연주잔가요?”하며 약을 올린다. 악기만이 아니다. 숟가락 세 개로 이어 붙인 가면 등 의상들도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생활용품이 이들에겐 창의적인 악기가 된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연극을 찾아

극단 뛰다는 젊다. 2001년 창단, 세 작품을 올렸다. 단원이래야 겨우 12명. 그러나 경력은 더없이 화려하다. 두번째 작품 ‘하륵 이야기’와 세번째 ‘커다란 책 속 이야기가 고슬고슬’은 2002, 2004년 서울어린이공연연극제에서 각각 작품상부터 극본상, 연기상, 미술상을 휩쓸었다. 올 봄에는 제1회 한국아시티지 연극상도 가져갔다.

연출가부터 재미있다. 양주 연습장 근처엔 극단의 연출을 번갈아 맡는 이현주(32) 배요섭(34)씨의 보금자리가 있다. “한 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계속 만들어낸다. 신기한 부부”라는 게 극단 대?缺?배우인 황혜란(32)씨의 촌평이다. 이번 작품에서 무대감독을 맡는 배씨는 포항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졸업논문은 ‘전통악기의 음향학적 분석’으로 가령 장구 소리에서 가죽의 두께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다뤘다.

독일 연극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을 정도로 인형 만들기에도 일가견이 있다. “연극원 졸업하면서 다른 기성 극단에 들어가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고 했던 게 ‘뛰다’를 만든 계기였다. “정극은 다른 데서 많이 하고 있으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연극언어를 찾아보려 했다”고 이현주씨가 거든다. 오디션을 통과해 ‘또채비…’에 참가한 배우 박상우(28) 이성근(28)씨는 “밖에서 보니 ‘뛰다’가 부러웠다. 굉장히 아름다운 연극을 한다”고 보탰다.

‘뛰다’는 모든 아이디어를 함께 내서 ‘함께 뛴다’. 버는 돈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선배도 없고 이끄는 사람이 없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좋다”(황혜란)는 배짱이 ‘뛰다’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에필로그

“와와와왕 와와와왕 와와와와와와~” 또채비들, 막 여는 노래 부르며 무대 한 바퀴 빙 도는데, 어깨는 절로절로 엉덩이는 들썩들썩 하는구나. 불고 치고 긁고 흔들고 까부는 또채비들,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소문난 이야기꾼이라. 이야기 다섯 마당 푸는 솜씨 보소, 자기네 도깨비들 이야기라 더 신이 났구나. 18일부터 7월1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25_6929

/양주= 글ㆍ사진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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