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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참여 없는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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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참여 없는 참여정부

입력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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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이 발표되면서 수도 이전 작업이 본격화했다. 예정보다 5일이나 앞당겨 후보지를 전격 발표한 배경에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갈 길을 가겠다는 정부의 강행의지가 담겨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명운을 걸고,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행정수도 이전 대상기관 85곳을 선정,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대통령까지 나서 '굳히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수도권 과밀과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름대로의 근거와 논리를 지니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대의견과 거의 대등할 정도다. '서울공화국'이 돼버린 중앙집권체제의 폐해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이 수도 이전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도 이전이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다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는 국가의 중요한 상징이고 그 위치는 국가의 안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변경할 때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헌법정신에도 맞는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변변한 공청회조차 없이 일사천리식으로 강행하는 것은 정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참여민주주의에도 반하는 일이다. 국민의 참여는 없고 참여정부만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적 합의절차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수도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은 11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만찬에서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마당에 이제와서 무슨 국민적 합의를 묻느냐는 식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임문제를 국민투표에 연계시키겠다고 했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경고' 받은 경위를 들어 국민투표 불가론을 역설했다. 하지만 국가의 장래가 걸린 수도 이전은 대통령의 거취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국민투표에 부칠 사안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너무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다. 새만금사업이나 방사성폐기물시설 위치 선정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도 필요에 따라 원점으로 돌리는 마당이다. 국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수도 이전을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강행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국민투표 여론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공세"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수도 이전 공약이 그야말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을 알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쓴 웃음을 참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통과는 각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표심을 의식, 충분한 의견수렴과정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특정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 국가의 중대사인 행정수도 이전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대통령이 이제 와서 국민투표 여론을 '정치적 의도'로 폄하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수도 이전을 밀어붙였다가는 정권이 바뀐 뒤 '백지화'라는 또 다른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 수도 이전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국가 대사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헤아려 정도를 걷는 국정운영이 아쉽다.

/이창민 산업부장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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