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고든 브라운(53) 재무장관이 15일로 영국의 최장기 연속 근무 재무장관이 됐다. 그동안의 기록은 1908∼1915년 재임한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재무장관의 7년 43일. 19세기 후반 윌리엄 글래드스톤 재무장관이 총 12년간이나 일했지만 연속적으로 근무한 것은 아니어서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브라운 장관은 1997년 5월 2일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영국의 경제 정책을 책임져왔다. '철의 재무장관'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최근 영국이 누리고있는 호황을 달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강행한 블레어 총리의 지지율은 추락하는 반면, 그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그는 유력한 차기 영국 총리 후보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아왔다. 블레어 총리는 최근 브라운 재무장관을 '영국의 위대한 자산'이라고 추켜세워 사실상 후임자로 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이 "두 사람이 후임자 문제와 관련한 새 합의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가 1997년 20년간의 보수당의 아성을 깨고 정권을 잡은 것은 브라운 장관의 정치적 협조가 큰 몫을 했다. 이름하여 '그라니타밀약'인데, 지난 1994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브라운 장관이 당권 도전을 포기, 블레어 총리는 적절한 시기에 사퇴해 브라운장관의 길을 열어준다는 내용의 상호간의 약속을 말한다.
그러나 총리를 향한 브라운 장관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그는 그동안 여러번 노동당 당권 경쟁에 도전할 것임을 밝혀왔으나 블레어 총리에게 정면 도전하는 것은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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