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병호의원은 매일 수 차례 걸려오는 전화와 밀려드는 신청서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좀 잘 봐달라'는 민원성 전화는 아니다. 대부분 모임을 함께 하자는 동료 의원의 '스카우트 제의'다. 그럴 때마다 문 의원은 "괜찮습니다. 지역구 일에다 상임위 활동만으로도 벅찹니다"며 정중히 거절한다.17대 국회가 문을 연지 열흘이 지난 요즘, 국회 귀빈식당과 여의도 주요 호텔과 식당은 국회의원 모임의 발족식으로 문전성시다. '불새', '새로운 모색', '국가발전전략연구회', '국민생각' 등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각양각색의 모임에 2중3중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정치성향이나 출신이 비슷하면 모임을 발족하고, 심지어 초선 모임 등 선수(選數)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단체를 만드는 '끼리끼리'가 유행인 셈이다. 겉으로는 정책을 연구한다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키우려는 '세력화'라는 목적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런 유행과 동떨어진 채 꿋꿋하게 '나 홀로'를 외치는 의원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열린우리당 이상민의원은 "모임에 들지 않은 채 활동했다가 자칫 아무도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까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모임에 속해 있다는 사실보다는 어떤 정책을 만들어내냐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모임을 만들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내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고, 한광원 의원은 "특별한 공통점이 없는 데도 '우리는 초선이니까' 라는 이유를 만들어 모여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며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도 한일의원 연맹 외에 모임 참석을 사양하고 있다. 그는 "우루루 몰려다니면 멋져 보일지 몰라도 그런 거야 말로 바뀌어야 할 정치문화 아니냐"며 "그 시간에 지역 현안 사업과 상임위 활동만 착실히 해나가도 내 할 일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한 당직자는 "교수, 율사 등 전문직 출신 의원들이 여의도 문화에 좀 더 빨리 적응하고자 모임 참석에 적극적"이라며 "모범생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선배 의원들이 함께 하자며 '콜'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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