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in&out/발로 뛰는 기자가 하이힐을 신다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in&out/발로 뛰는 기자가 하이힐을 신다니…

입력
2004.06.17 00:00
0 0

다른 직업 종사자들도 비슷한 경험들을 했겠지만, 기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어차피 기자의 취재 과정이 극의 주된 내용이 아닌 바에는, 기자라는 간판만 달았을 뿐 주 업무는 연애, 혹은 연애하는 친구 참견하기로 그려지는 것 정도는 봐줄 만 하다.하지만 슬슬 놀아가면서도 정말 억세게 운 좋게(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특종’을 척척 낚는다거나, 지난해 방송된 MBC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에서 신문사 문화부 기자인 은예영(우희진)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작가 아리영(장서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작품을 근거 없이 잘근잘근 씹는 기사를 써대는 식으로 그려지는 대목에서는 정말 어이가 없어진다.

방송사 기자 신영(명세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MBC 수목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무늬만 기자’가 판쳤던 과거의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 해 반갑다. 신영의 사건 취재과정이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취재과정도 제법 리얼하게 그려진다(문화재 도굴꾼 사건은 좀 황당하지만).

신영을 좀 어리버리하지만 끈기 하나는 알아주는 캐릭터로 설정해 기자, 특히 여기자 하면 똑 부러지다 못해 건방진 모습 일색으로 그리던 여느 드라마와 차별화한 것도 흥미롭다. 매회 뉴스 리포트의 형식을 빌려 신영의 심리상태를 절절하게 묘사하는 내레이션을 삽입한 것도 퍽 매력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신영의 옷 차림새. 물론 기자라고 패션 감각이 없으란 법은 없지만, 신영처럼 사회부, 그것도 사건을 쫓아 뛰고 굴러야 하는 특별취재팀에 배속된 기자가 늘 하늘거리는 치마에다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은 좀 우스꽝스럽다. 한 시청자도 게시판에서 “기자가 정말 저런 차림으로 사건 현장을 뛰어다니나요?”라고 꼬집었다.

물론 수많은 여성들이 명세빈 패션에 열광해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그 옷 정말 예뻐요. 어느 회사 제품이죠?”라는 글을 올리는 걸 보면, 이런 지적은 ‘공연한 트집’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작진이 MBC 보도국 여기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면서까지 기자라는 직업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한 점을 감안하면, 무신경한 옷차림은 두고두고 아쉽다.

사실 드라마 속 설정과는 무관한 연기자들의 화려한 옷차림은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아니다. 스타들이 한 번 걸쳤다 하면 ‘○○○ 패션’ ‘△△△ 목걸이’ 식으로 아예 브랜드까지 달려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현실이니, 스타와 패션업계의 ‘공생관계’를 무조건 나무랄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스타님들! 옷을 고르고 걸치기 전에, 행여 눈 매서운 시청자들에게 ‘옥에 티’로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오늘도 발바닥 부르트도록 뛰는 소품 담당자들의 숨은 노고를 한 번쯤 생각해주면 안될까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