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다른 세력들과의 갈등 전선(戰線)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직무 복귀 직후 '상생의 정치'를 내세웠으나 실제 정국의 흐름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당장 떠오르는 전선만 해도 여당과 청와대간의 당·청 갈등 외에도 여권과 한나라당의 대립·경쟁 관계,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 정부와 재벌의 힘겨루기, 여권과 민주노동당의 정책 논쟁,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여권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 등이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연세대 특강에서 "보수는 약육강식이 우주의 섭리라는 것"이라고 규정해 보수 세력과도 선을 그었다. 참여정부는 여전히 일부 보수 언론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으며 주한미군 감축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내부적 요인이다. 노 대통령이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현안에 대해 직설적 언급을 하는데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야당과 검찰, 재벌 등이 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주요 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변화의 흐름을 거역하고자 하는 저항이 완강하고 또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개혁 과제를 갖고 여론몰이식이나 투쟁으로 관철하려는 흐름들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수구세력과 일부 개혁세력의 저항을 모두 거론했다.
당·청 갈등은 어느 때보다 심각해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과반수의 여당 의석을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권 내부의 갈등은 '김혁규 총리' 지명 움직임에 대해 우리당 소장파들이 반발하면서 확대됐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우리당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며 노 대통령의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반대론을 겨냥했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및 대검 중수부 폐지론 등을 둘러싼 노 대통령과 송광수 검찰총장의 직설적 표현은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민노당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공부 좀 하라"고 말해 우리당과 민노당의 갈등을 쓸데 없이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15일 검찰총장 등을 경고한 것은 국가 기강 확립을 통해 다양한 갈등을 풀어가고 개혁 저항 세력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개혁과 안정적 국정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가급적 갈등 전선을 좁히고 상생의 정치를 통해 국정 운영 협조 세력을 확대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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