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강경한 어조로 밝힌 뒤 가열되는 국민적 논란은 불길하다. 반대 논리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공세로 보는 인식과 폭넓은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에, 수도권집중완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당초의 행정수도 이전 취지는 매몰된 느낌이다.이 문제가 대선 공약이었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 관련법이 통과됐다는 것으로 정책적 검증과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쳤다고 보기에는 정부가 밝히는 수도 이전의 성격과 규모가 국민들이 상상했던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다. 때문에 반대와 회의적 시각을 특정집단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공세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논란의 와중에서도 재원조달 문제, 지역균형발전 효과, 수도권 영향 등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와 비전 역시 뚜렷하지 않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인 것은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이 공약을 활용했고, 여야 모두 표를 의식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 없이 관련법까지 통과시켰다. 언론이나 국민 역시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해 진지한 논의를 생략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대로 가서는 극심한 정치적 논쟁과 지역분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음 대선의 쟁점이 되어 행정수도 건설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그 때 파생될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우기거나 자존심의 문제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정말 대통령이 명운을 걸어야 할 일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귀결점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최후엔 국민투표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행정수도 이전이 왜 필요한지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원점에서 치밀하게 재검토하자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용기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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