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 제 세력의 분화 양상이 심상치 않다. 최근 당·청관계 논란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 현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세력간 대립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두드러지는 것은 청와대를 향해 "계급장을 떼고 논쟁하자"고 일갈한 김근태 전원내대표 측과 이에 발끈한 대통령 직계 인사들의 집단 반격 움직임이다.
최근 친노(親盧) 직계 그룹의 세력화가 급템포를 타고 있다. 치고받기식 난맥상의 와중에 당내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적극 뒷받침하는 친위 세력으로 자리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측에 각을 세우는 언사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희상 유인태 의원을 비롯, 문학진 이광재 서갑원 김현미 백원우 의원 등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5일 첫모임을 결성하고 한달에 한번 모임을 정례화 하기로 했다.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 젊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별도로 10여명 규모의 '의정활동 연구센터'를 만들어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그룹이 주축인 '참여정치연구회'는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했다.
16일엔 청와대 출신 의원 7명이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오찬모임을 갖고 "당내 중구난방식 어지러운 의견개진 양상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노대통령의 시니어 측근인 염동연 의원은 "대통령 덕에 당선된 사람들이 저 잘난 척만 하고 있다"고 소속 의원들을 비판했고, 유시민 의원은 "계급장을 떼니 마니 하느냐"며 김 전 대표측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김 전대표는 일단 응전을 자제하고 있다. 김 전대표 측근들은 '입각 포기 수순' 등 해석이 나도는 데 대해서도 "중요 현안에 대해 당에 조언한 것 뿐"이라며 "입각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 전대표가 민감한 시기에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의견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는 김 전대표가 통일부 장관입각을 재시도, 제2의 '입각파동'을 불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초·재선 소장파의원 34명으로 구성된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모임이 발족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구성원들은 "당내 세력경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모임의 주축은 김부겸, 송영길, 임종석, 이인영 의원 등 재야파이다. 이들은 유사 시에는 김 전대표를 지원할 것으로 보여 '김근태 계' 또한 만만치 않은 잠재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친(親) 정동영계 인사들은 일단 당내 분파 흐름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정 전의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데다 지금 시점에서 혼란에 몸을 담글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친 정동영계 의원들이 별도 모임을 만든 것은 없다.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잠잠하다. 역설적으로 정 전의장은 잠수함으로써 노심(盧心)을 자극한 김 전대표와 달리 득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 전의장은 23∼24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한 측근은 "귀국 후 쉬다가 입각 요청이 오면 입각해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의장 귀국 후에는 다른 정파에 맞서 입지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당 세력 분화는 한층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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