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15일 '주한미군 감축의 전략적 의미'를 주제로 한 하원 군사위 청문회는 주한미군 감축과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미 의회 진단 시리즈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피터 브룩스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소장과 안보문제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 등 2명의 증인은 시대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의 불가피성에 동의하면서 감축이 대북 전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감축 평가
브룩스 소장은 "태평양 양쪽 지역에서 주한미군 감축 소식에 과민반응하고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며 "미군 1만2,500명이 한반도를 떠나는 것은 한국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감축이지만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윈―윈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은 미군 병력을 다른 분쟁지역에 배치하는 데 더 많은 유연성을 갖기 위한 미국의 필요와 자체 국방을 위해 더 큰 역할을 바라는 한국의 바람을 모두 부합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력증강 계획과 한국군의 전력 향상을 감안하면 감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미군 인계철선 역할
브룩스 소장은 "진정한 인계철선은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숫자가 아니라 한미상호방위조약 그 자체"라며 "인계철선 개념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핸런 연구원은 "인계철선 개념이 전적으로 낡은 것만은 아니다"며 "한반도에 2만5,000명의 미군이 남게 되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인계철선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감축 후 전력
브룩스 소장은 "하이테크 장비가 일반 보병을 압도하는 화력을 제공할 수 있다"며 페트리어트 PAC―3 미사일 배치, 스트라이크 여단, 해군의 초고속 함정과 하와이·괌의 공·해군력 추가 전진배치 등으로 주한미군의 방위력은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은 남한에 대한 공격이 북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미군의 전면적 증강과 한국과의 연합 공격으로 귀결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20만∼50만명이 증원될 것이기 때문에 1만2,500명의 감축은 우리의 대응 능력에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미감정의 영향
오핸런 연구원은 "한·미 양국의 많은 사람들이 주한미군 감축을 반미주의와 노무현 정부의 좌파 성향 때문에 '늙은 아시아'(Old Asia)를 벌 주려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부시 정부의 주한미군 감축계획은 전략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견고하다"고 말했다.
브룩스 소장도 "386 세대가 미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견해는 아니다"며 "미군 주둔에 대한 엇갈리는 한국의 여론 때문에 주한 미군의 기지 규모와 수, 눈에 띄는 빈도 등을 줄이는 것이 서울과 워싱턴 양측을 위해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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