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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한강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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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한강을 건너는 법

입력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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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17대 총선에 이어 6·5 재보선에서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동진거사(東進擧事)가 좌초했다. 섬진강은 과연 깊고도 넓다. 허나,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정당 건설은 참여정부의 존재 근거인 터, 예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좌절을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한데, 깊고 넓은 것은 섬진강만이 아니다. 한강의 일정 구간도 그러하다. 탄핵풍의 신통력에 힘입어 '시민혁명'을 이뤄낸 17대 총선에서도 우리당은 서울 강남에서 완패했다. 결국 우리당은 강북당에 지나지 않았다. 전국적 지역주의도 질기지만 수도 서울 내부의 지역주의 역시 그 못지않다. 우리당의 뿌리라 할 옛 민주당이 서울의 구청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1995년 지방선거에서도 강남인들은 의연히 한나라당 전신 민자당을 지켜냈다.

알겠다, 또 한 번의 분당을 통한 '일급수' 노무현 개혁신당의 창당 밖에는 이 난경을 헤쳐나갈 길이 없음을.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서울 유권자들은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노무현 후보가 오로지 강북당 후보여서 그를 지지한 사람들, 둘째 그가 강북당 후보인데도 그를 지지해준 사람들, 셋째 노무현 개인은 좋은데 강북당 후보여서 그를 버린 사람들. 신당의 지지 기반은 둘째와 셋째 부류 유권자들이 돼야 한다. 특히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온 셋째 부류를 껴안아야 한다.

첫째 부류 유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미묘한 문제다.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참여정부와 신당이 기댈 마지막 버팀목이 바로 그들이기는 하지만, 바로 그들의 지지 때문에 강남인들이 참여정부를 백안시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당이 강북당 색채를 씻어내려면 그들 가운데 상당수를 털어내야 한다. 강북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야 강남에서 표가 생긴다. 신당의 전략은 강남인 상당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강북인 상당수의 마음을 잃는 것이 돼야 한다.

지난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강남인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본디 없이 살던 강북인들과 달리, 강남인들은 늘 뭔가를 지녀온 사람들이어서 자존심이 드높다. 그래서 중앙 정부의 권력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이 예전에 강북인들이 느꼈던 소외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게다가 강남인들은 의리를 중시하는 터라, 하루 아침에 한나라당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지방 선거까지 남은 두 해도 길지 않다. 당장 분당해 순혈·진성 개혁신당을 만든 뒤 차근차근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강남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참여정부와 신당은 강북과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예컨대 강남구 의회가 조례를 손질해 재산세율을 좀 낮추자 행정자치부가 지방세법을 고쳐 자치단체 권한을 대폭 줄이겠다는 협박을 한 바 있는데, 이런 강북 편향 망동은 두 번 다시 없어야겠다. 강남인들의 상처를 덧낼 종합부동산세제 같은 반자본주의적 발상도 당장 휴지통에 처박아야 한다. 분당의 산고를 치르고도 강북 색채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대통령이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이를 백지화한 것은 남진거사(南進擧事)를 위한 모범적 실천이다. 참여정부는, 적어도 이 문제에서, 포퓰리즘에 물들어 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한나라당보다 더 강남 친화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라크 파병이나 국가보안법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여권은 늘 강남인들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분당 이전에라도 우리당 안에 강남발전특위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강남 퍼주기라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장사의 원리'는 주고받기다. 당내의 소외된 강남 원외 인사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주기 위해서도 강남발전특위는 꼭 필요하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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