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이 벌어들인 41조원의 현금이 '낮잠'을 자고 있다. 이중 15조원은 5대 기업이 비축하고 있는 돈이다. 수출호조와 금리하락으로 1·4분기 국내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거뒀지만, 벌어들인 돈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채 현금으로만 쌓이고 있어 심각한 재원낭비와 성장능력 마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16일 한국은행이 1,069개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금감위 등록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4분기 13.4%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를 웃돌았다. 1,000원 어치 물건을 팔 경우, 134원의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주) 등 국내 '빅 5'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무려 20.3%에 달했다. 그러나 천문학적 액수의 이익을 남겼음에도 불구, 투자는 여전히 인색했다. 설비투자(유형자산증가율)는 작년 말에 비해 1.3% 늘었지만 삼성전자 투자분을 제외할 경우 0.4%로 낮아져 다른 기업들의 투자는 사실상 정체상태를 보였다.
이익금은 늘어났지만 투자는 실종되다 보니 현금만 쌓여가고 있다. 상장·등록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현금(1년 미만 단기예금 포함)규모는 총 41조원으로 작년 말 이후 3개월 만에 4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5대 기업의 현금비축액도 같은 기간 12조7,000억원에서 14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규모에 비춰볼 때 일반기업(10%) 보다 5대 기업(13%)의 현금비축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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