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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소음

입력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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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는 앞으로 개 짖는 소리도 벌금을 물게 된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시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소음을 강력히 규제하는 새 조례를 내놓았다. 언론과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조례는 소음규제의 기준을 소리의 크기를 따지는 데시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끄러운 것'에 대한 느낌으로 정하고 있다. 시끄럽다고 느끼는 정도를 일정기준 넘어서면 소음으로 간주, 처벌되는 내용이다. 작은 크기의 소리라도 규정을 넘어 '들리기만 하면' 위법이 되는, 인간중심의 기준이라 할 만하다.■ 규제 대상에는 온갖 생활소음들이 망라돼 있다. 가령 자동차 엔진소리는 30m, 오토바이 소리는 60m 거리에서 들리면 벌금이다. 공사장 소음, 길가의 에어컨 소리, 나이트 클럽의 음악소리까지 일정 거리 밖으로 들리면 안 된다. 동네를 순회하는 아이스크림 트럭의 광고음악도 사라질 판이지만, 그 중 압권은 개 짖는 소리에 대한 벌칙이다. 밤에는 5분, 낮에는 10분을 넘어 짖어대는 개의 주인은 50달러에서 175달러까지의 벌금을 내야 한다. 잘 짖는 종류의 개는 이제 시내에서 기를 수도 없게 돼 버렸다. 시에 접수되는 민원의 으뜸이 소음이 되다 보니 이렇게 획기적인 규제를 하게 됐다는 것인데, '잠들지 않는 대도시' 뉴욕이 얼마나 조용해 졌는지 한 번 가 봐야 할 참이다.

■ 우리의 소음규제는 당연히 ㏈ 기준이다. 주거지역이나 공업지역을 도로변 여부에 따라, 또 새벽 6시∼밤 10시와 그 이후 시간대에 따라 50∼75㏈ 크기의 환경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10㏈은 0㏈의 10배, 20㏈은 100배, 30㏈은 그 1,000배의 강도에 해당하는 소리다. 보통 대화 때 소리는 50㏈ 정도이지만, 60㏈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소음은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돼 있다. 전철이 달릴 때 100㏈, 랩 음악이 120㏈ 등으로 보통 100㏈이상이 계속되면 귀가 아프거나 고막이 파열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소음성 난청은 여간해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소음은 개인적으로 정서 및 건강 장애, 사회적으로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질병의 원인이다.

■ 요즘 우리 사회의 시끄러운 논쟁들도 느낌을 중시하는 뉴욕시의 기준으로 말하면 엄청난 소음공해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한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은 "소리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자"고 했지만 이 보다 더한 말은 "나는 일사불란을 싫어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성이다. 그러다 보니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 역시 본질과는 딴판의 '정치적 소음'으로 비화되고 있다. 토론과 논쟁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좋다. 그러나 정책을 책임 진 측에선 책임있는 토론관리의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검찰까지 책임은 팽개친 장외토론만을 벌인다면 결정력을 갖는 최종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뉴욕시의 조례대로라면 모두 벌금 감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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