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효(64·사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일찍이 프랑스 철학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해온 철학자로, 또 동서양을 넘나드는 전방위 사상가로 이름나 있다. 그가 30여 년에 걸친 사유의 지평을 한눈에 보여주는 저서 두 종을 잇따라 출간했다.'철학적 사유와 진리에 대하여'(청계 발행·전2권)는 유·불·선의 동양철학뿐 아니라 스피노자, 하이데거, 융, 라캉 등의 서양철학을 다양하게 탐색한 24편의 글을 담고 있다. 이어 나온 '사유하는 도덕경'(소나무 발행)은 명대의 노자 주석가인 초횡이 편찬한 '노자익(老子翼)'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 노자의 철학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두 책 모두 출발점은 기존의 동서양 철학이지만 그 사상이 김 교수가 길어 올린 사유의 틀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동서철학사를 통해 철학적 사유의 원형은 결국 두 가지의 원리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노자와 석가세존 그리고 하이데거를 통해 보이고 고대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를 가로지르는 사유방식이며, 또 다른 하나는 공자와 소크라테스 그리고 유대교를 가르지는 사유방식이다."
전자는 존재를 평등하다고 보고 유물 사이의 왕복을 통해 그 관계를 해명하려고 하는 '상관적 사유'이고, 후자는 존재에 차등을 두어 위계 질서로 해석하는 '인과론적 사유'라고 그는 설명한다.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화두로 평생 씨름해온 그가 손을 들어주는 쪽은 물론 '상관적 사유'이다. '사유하는 도덕경'은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가 재음미해본 노자의 사상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자신의 생각을 17일 서울 조계사 옆 불교대학에서 '불교와 프랑스 철학의 만남', 23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왜 우리는 지금 노자와 붓다로 사유해야 하는가?―능위적 사유에서 무위적 사유로의 전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도 설명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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