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오페라 ‘하멜과 산홍’이 초연된 9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보러 온 작곡가나 평론가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창작음악에 관심이 적다고 맨날 질타하던 사람들이 정작 신작 초연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니 착잡했다. 최근 수년 간 선보인 창작 오페라의 성적표가 저조했고, 특히 이번 작품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올라간 것이라 아예 기대를 안 한 사람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이러한 무관심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일부에서는 졸작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하멜과 산홍’은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었다. 독일인이 작곡(프랑크 마우스)과 연출(미하엘 디트만)을 맡은 이 작품을 보면서 국내 작곡가들을 놔두고 외국인에게 오페라를 위촉하는 우리나라 음악계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독주곡이나 실내악과 달리 규모가 큰 관현악이나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여러 악기를 잘 알아야 제대로 쓸 수 있다. 그런 능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하며 곡을 쓰는 경험이 쌓여야 ‘이상하지 않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작곡가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다. 힘들게 관현악곡을 써도 연주해주는 데가 거의 없으니 자기가 만든 음악이 과연 어떤 소리가 나는지조차 들어볼 길이 없고,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그러니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주 작곡가 제도는 그래서 필요하다. 오케스트라마다 상주작곡가를 두어 그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연주한다면, 작곡가의 역량은 자연히 좋아지고, 따라서 좋은 작품도 나오게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오케스트라 중 어디도 상주작곡가 제도를 운영하는 데는 없다.
상주 작곡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간헐적으로 작품 위촉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도 거의 없다. 국내 교향악단들은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고 싶어도 좋은 곡이 별로 없다고 투덜대지만, 정작 그런 음악을 생산할 수 있는 묘판의 역할은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해 전 국내의 한 중견 작곡가가 ‘작곡가 망명론’을 폈다. 그는 작곡가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국내에서 활동하느니 차라리 모두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빈정댔다. 작곡가들이 정말 몽땅 이 땅을 떠나는 일이야 없겠지만 되새겨볼 소리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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