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9년부터 2년간 교환교수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문 적이 있다. 얼마간의 어수선한 시기가 지나자마자 우선 내 나라 소식이 궁금해졌다. 수소문 끝에 현지 방송국에서 우리나라 모 방송국의 저녁 뉴스 테이프를 가져와 20여 분간 보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국의 소식이 그리울 때여서 매일 저녁 비록 2, 3일 지난 뉴스이긴 하지만 고국의 소식을 접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그런데 나라 밖에 나가 있으면서 듣게 되는 내 나라 방송의 뉴스는 하나같이 '나쁜 소식' 뿐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것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쁜 소식 뿐이었고, 아예 사건과 사고를 모아서 보여주었다. 그런 소식들만 접하다 보니 점점 사람이 참담하고 우울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발행되는 한국 신문에 실린 국내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뒤 귀도 조금 뚫려서 미국 TV의 뉴스를 보니 우리 방송이나 신문처럼 나쁜 소식들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간을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 보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지금도 우리의 방송과 신문 사정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적어도 뉴스 시간에 보도되는 소식은 대부분 '나쁜 소식'들이다. 간혹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이런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는 좋은 나라가 되도록 합시다"라는 광고마저 만들어질 정도로 우리는 나쁜 소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나쁜 일들만 일어나고 있을까. '좋은 소식'은 광고에서나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참 모습일까. 국민 개개인의 생활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나쁜 일들로만 하루 하루가 이어져가고 있지는 않다.
혹, 기자들은 나쁜 소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실제로 나쁜 뉴스만이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잘 되는 일은 차치하고 세상의 모순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기자들의 사명감이 나쁜 뉴스 일색으로 표현되는 지도 모르겠다.
매일 나쁜 뉴스만을 접하는 국민들은 피곤하다. 우울해지고, 실의에 빠지게 된다. 우리 주변에도 좋은 일, 바람직한 일들은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실제 일어나는 만큼은 좋은 뉴스도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 더 공정한 보도가 아닐까.
/하규섭 서울대의대 분당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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