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데니가 진행하는 ‘키스 더 라디오’에 나갔는데요, 이번 앨범 어떤지 묻길래 ‘정말 좋아요’라고 했더니, ‘오오, 자신 있다 이거죠?’ 그러는 거에요. 말을 잘못한 건가 집에 와서 계속 걱정했어요. 그렇게 말하면 건방져 보이나요? ‘일단 들어보세요’라고 대답하는 게 더 나은가.”팀, 황영민(23)은 말 배우고 동화책 읽고 TV 보며 이제 막 ‘싫어한다’와 ‘좋아하지 않는다’ 혹은 ‘좋아한다’와 ‘사랑한다’ 등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쉴 새 없이 질문하는 아이 같았다. 인터뷰를 위해 따라 온 코디네이터, 스타일리스트에게 연신 “누나, 누나” 묻고 장난 치며 종알종알 하는 모습이 딱 막내 동생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어둡고 말이 없는 줄 알았는데”했더니 “말 너무 많아서 문제에요. 아직 우리말 잘 못하니까 방송에서는 그냥 꾹 입을 다물어요. 조용한 줄 알았죠?” 옆에 앉은 회사 직원은 “이제 드디어 말문 트였다” 했다. 말수가 적어서 였을까, 팀의 이미지는 착하고 지적인 걸로 굳어졌으니 나쁘진 않다.
20년을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들어와 지난 해 ‘사랑합니다’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를 틀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곡이었고, 가장 쉽게 흥얼거린 그런 곡이었다. 실제로도 연말 방송횟수 통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에게 ‘사랑합니다’라는 곡을 선물했던 음악적 후원자 윤상은 2집을 준비하는 팀을 위해 이번에도 곡을 썼다. 윤상은 지금 미국에 유학 중. 그가 곡을 보내면 팀은 녹음 후 mp3 파일로 만들어 웹하드에 올려 놓았다. 다음날이면 어김 없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조목조목 따져 지적한 윤상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태평양을 넘나들며 탄생한 곡이 타이틀곡 ‘고마웠다고…’다. 곡에 사용된 탱고 리듬처럼 격정적이고 외롭다. “상이 선배가 주신 이 곡, 너무 신기해요.” 이 곡은 주인을 찾아 여러 손을 헤맸다. 스타 작사가 강은경, 윤사라씨를 거쳐 결국 일본에 머물고 있는 박창학씨에게 까지 갔다. 그래서 만들어진 가사는 이렇다. 어느날 연인이 떠나 갔다. 갑자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그렇게 떠난 사람 말 못할 이유가 있겠지…’ 남은 이는 그저 여전히 믿고 이해할 뿐이다.
이렇게 가사 작업이 이루어 지는 동안 팀은 뮤직비디오팀에게 가사가 없는 곡을 전하며 시놉시스를 부탁했다. 그런데 뮤직 비디오 역시 등대가 있는 섬 마을을 배경으로 어느날 갑자기 떠나 버린 연인과, 남겨진 채 홀로 그를 믿고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멜로디가 스스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5형제 중 넷째. 아직은 “한국에 있으면 미국이 그립고 미국에 있으면 한국이 그립다” 한다. 신학을 공부하는 큰 형 데이비드 황(황성민)은 아리랑 TV의 인기 퀴즈쇼인 ‘컨텐더스’(The Contenders)를 진행하고 있고 셋째 형 황유민은 작곡자로 활동하며 2집에 ‘우정’ ‘난 어떻게’ 등의 곡을 쓰기도 했다.
형제 중 가장 공부를 잘 했다는 둘째 형과 막내 그리고 부모님은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다. “지금은 흩어져 살고 있지만 조만간 온 가족이 한국에 들어와 같이 살려고 해요.” 격정적 멜로디와 그 감정을 담아내는 슬픈 목소리, 슬픈 눈빛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살 생각에 들뜬 꼬마 같은 모습, 모두 다 스물 세 살의 팀이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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