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된 지는 꽤 오래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섰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다만 이공계 학생들을 위하여 장학금이 얼마간 확충된다든가, 이공계 출신에 대한 병역 혜택을 확대한다든가 하는 미봉책들만 있었다.우수한 이과 고교생들은 의·약학이나 수의학이라도 전공하려고 한다. 정작 우리 사회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할 이공계열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생각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학도 그나마 남아 있는 이공계 지망생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이공계의 필수도구 교과목인 수학에 대한 의무 이수를 입시에서 면해주려고 한다.
이와 같은 파행적인 입시가 이어지면서 결국 우리 학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 현상을 불러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고 힘이 드는 수학 공부를 굳이 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 탓에 우리 학생들은 수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대 신입생들의 수학 실력이 정말로 기대 이하라는 기사가 났다. 서울대가 그러면 다른 대학의 이공계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에 어느 공대 교수가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공대 지망생이 줄다 보니 정원 채우기에 급급해지고, 그러다 보니 자격 미달인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대 전공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미적분을 제대로 배우고 오는 학생은 소수이고, 심지어는 기초적인 산술 능력도 없는 학생도 너무 많이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지금 대학에서는 7차 교육과정으로 배운 학생들이 들어올 내년부터 학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비한 예비수학 강좌 운영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그야말로 단편적 대책일 수밖에 없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수학은 학생들에게서 점점 기피될 것이고, 우리 학생들은 수학적 지식 기반이 필요한 이공계의 고급 전공을 할 능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대학에서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교양 필수로 듣게 했던 때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전공 공부에 필요한 도구적 지식으로서 전국의 대학들이 수학을 요구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음을 교육 당국이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규홍 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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