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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화기행이 찾은 맛집/동해시 무릉계곡의 무릉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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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화기행이 찾은 맛집/동해시 무릉계곡의 무릉회관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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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무릉계곡은 청옥산과 두타산이라는 두 개의 높은 산 사이로 흐른다. 짙은 숲에 가려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모두 깎아지른 바위산이다. 바위 계곡을 흐르는 물은 큰 비가 내려도 흙탕물이 되지 않는 법. 맑은 계류에 이끌려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이 찾았고 1977년 국내 1호 국민관광지가 됐다.무릉회관(강원 동해시 삼화동ㆍ033-534-9990)은 계곡 입구 상가의 끄트머리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무릉계곡에서 가장 가깝다. 초창기부터 영업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고장 토박이인 권영일 사장은 30년 가까이 한 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주인의 얼굴이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맑다.

“세상에서 가장 신세가 좋은 사람이죠. 봄부터 가을까지 장사해서 돈 벌고, 겨울이면 쉬고, 틈 나면 내가 좋아하는 산에 오르고…. 그러니 고민이 없고, 고민이 없으니 얼굴 찡그릴 일이 있나요?”

무릉회관의 분위기는 사장의 얼굴처럼 맑고 차분하다. 한꺼번에 100명이 넘는 단체 관광객이 들이닥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종업원들은 침착한 손놀림으로 손님들의 상을 차려낸다. 서두르면 혼란하기만 할 뿐 신속한 것은 아니라는 것. 30년 가까운 영업하며 몸에 밴 손님맞이 노하우이다.

주 메뉴는 산채정식과 토종닭 요리.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채정식은 더덕무침, 참나물, 취나물 등 산채에 고들빼기김치, 도라지무침 등 야채가 섞였다. 구수한 된장찌개가 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모두 정갈하고 짙은 향을 풍긴다.

권 사장은 두타산 산악구조대로도 활약했던 정통 산악인. 지금도 남들이 6~7시간 걸리는 두타산, 청옥산을 4시간만에 주파한다. 등산객의 뱃속을 훤히 아는지라 이 식당의 가장 대표적인 맛은 인심이다. 산에서 내려와 허기진 손님에게 양껏 식사를 제공한다.

비벼먹을 큰 그릇을 달라면 아예 그 속에 궁합이 맞는 나물을 따로 담아 준다. 뜨거운 밥을 엎어서 쓱쓱 비벼먹으면 상 위에 미리 놓인 반찬은 보너스다. 하산주로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일 때 좋은 안주거리가 된다. 그리고 평상에 앉아 다리를 쭉 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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