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태도 변화, 핵 무기 등 무력에 의한 안보담보 등으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입지가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이 14일 보도했다.타임은 아시아판 최신호(21일자) 표지 사진(사진)으로 군복 차림의 김 위원장이 만족한 듯 웃는 북한 선전벽보를 싣고, "이 사람이 왜 웃고 있을까―김 위원장의 탁월한 게임"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타임은 먼저 "50여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의 현상 유지(status quo)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한중일의 대북 인식 변화를 꼽았다.
한국은 '좌파 민족주의자(leftist-nationalist)' 대통령과 북한을 적이라기보다 잠재적 친구나 동반자로 보는 정당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주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일본의 대북 접근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 달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한이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타임은 특히 한국 내부의 대북·대미 인식 변화에 주목, 이 같은 정세 변화가 주한미군 지위에 대한 재검토나 한미동맹 관계 긴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미국을 연인(남북)을 못 만나게 하는 사악한 용에 비유하는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 북한의 실상보다는 남북 협력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언론 보도, 미국과 다른 북한 핵 위협 평가 등을 예로 들어 한미관계가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멀어지고 동맹의 건강성도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의 생존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 내부 통제는 어떻게 하는지 불투명하지만 한국의 포용정책이 북한 붕괴에 따른 막대한 통일 비용 우려에서 나왔음을 금새 알아채는 등 주변국들을 다루는 방법이 놀랍고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이동복 전 의원의 "승자는 북한"이라는 말을 인용한 뒤 "독자 여러분은 이제 김 위원장이 왜 항상 웃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기사를 맺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이즈미-부시 비공개 대화내용 밝혀져
지난 8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기간 중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나눈 북한문제에 대한 비공개 대화 내용이 밝혀졌다고 교도(共同)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부시 대통령과 목이 쉬도록 듀엣을 부르고 싶다"는 표현으로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열망했다고 전했다. 이 부분은 일부 신문에 "부시 대통령과 목이 쉬도록 춤을 추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그자들은 안 된다. 신용할 수 없다"며 "다른 증인이 있는 6자회담으로 하겠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일본인 납치피해자 소가 히토미(46)의 남편인 주한미군 탈영병 출신 월북자 찰스 로버트 젠킨스(64)의 일본행을 위한 소추면제 문제에 대해 "가족이 생활할 장소가 일본이 아니면 안되나"라며 "사랑이 있으면 어디든 괜찮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안 된다"면서 "(북한, 중국 등과) 일본은 생활수준이 전연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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