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시중 유동성이 은행에만 몰리는 등 고객들의 '금리 민감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를 0.1∼0.2%포인트씩 낮춰도 일시적으로 자금 이탈이 생길 뿐,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은 다시 부메랑처럼 은행으로 되돌아오고 있다.15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총 유동성(M3) 중 은행권 예금(요구불+저축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 위기 이전인 1997년 28%대에 불과했으나, 2000년 40%대로 올라선 이후 2001년 4분기부터는 줄곧 44∼45%대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기간별로 보면 44.8%(2001년4분기), 44.3%(2002년4분기), 45.3%(2003년4분기), 44.4%(올 1분기) 등 별 다른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이 기간 은행 예금 금리가 2∼3%포인트 하락했고 총유동성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은행 고객들의 금리 민감도가 그다지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외환 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으로 2금융권이 몰락하고 금융 소비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며 "최근 금리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주식 등 마땅한 다른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은행들의 예금 금리 인하 조치 이후의 고객 이탈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5월18일부터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4.0%에서 3.8%로 낮춘 국민은행의 경우, 전날까지 60조6,906억원이던 정기예금 잔액은 9일 현재 59조4,828억원으로 감소하며 20일 남짓한 기간에 1조2,000억원 가량이 이탈했다. 하지만 "법인 고객 등 금리에 아주 민감한 몇몇 고객을 제외한다면 실제 일반 개인 고객들의 이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은행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 역시 5월24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후 10여일간 2조원 이상의 신규 정기예금이 몰려 금리 인하 이전과 비교해 별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행 윤종규 부행장은 "저금리 장기화로 일부분 리스크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은 금리 변화와 무관하게 안전한 투자처에 포트폴리오를 하는 것 같다"며 "특히 금리의 동조화 현상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금리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은행간 자금 이동을 하는 고객도 그리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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