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87) 노인의 외동딸 현옥(55)씨와 리씨의 남쪽 양아들 김상원(63)씨가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4돌 기념행사인 우리민족대회가 열리는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3년만에 만난 남과 북의 의남매는 서로 안부를 채 묻기도 전에 정부 관계기관의 진행 요원에 의해 잠깐 악수만 한 뒤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했다.이날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인 문학경기장 주변에서 동생을 기다렸던 김씨는 오전 9시40분께 북측 대표단이 도착하자 환영객 사이에 있다가 행사 관계자들의 제지를 뚫고 현옥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김씨를 알아본 현옥씨도 반겨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리씨와 김씨는 달려온 진행 요원들에 의해 동생은 행사장으로, 오빠는 환영객 속으로 다시 물러서야 했다. 김씨는 "동생의 손을 한번 잡아보았지만 말 한마디 건네보지도 못했다"며 "단 몇초간의 순간이 너무 아쉬웠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전날인 14일 현옥씨는 3박4일 일정으로 인천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 범민련 중앙위원회 북측 중앙위원 신분으로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입국했다. 평양 개선1 고등중학교 교장인 리씨는 인천시청 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앞서 아버지 리 노인의 근황을 묻는 보도진의 질문에 "아버지는 건강하시다"고 짤막하게 대답한 뒤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씨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함께 했다.
그는 만찬장에서 아버지를 2년 여(출감해서 93년 북송될 때까지) 동안 극진히 모셨던 남쪽의 양아들 김씨 가족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줄곧 김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오빠(김상원씨)와는 아버지가 북송되던 해인 93년과 2001년 8·15 평양축전 때 두 번 만난 적이 있다"며 "아버지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준 오빠의 고마움은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는다 해도 부족할 정도며 아버지는 대학생이 됐을 오빠의 막내아들 기진이를 가장 보고 싶어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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