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양측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복귀 후 한달 째 입씨름 중이다. '새로운' '수평적' '집권 2기' 등 다양한 수사가 붙어 있지만, 여권이 추구하는 당·청 관계의 실체는 아직 오리무중이고 국민의 뇌리에 남은 것은 '불협화'와 '혼선' 뿐이다.14일 우리당 지도부와 중진이 청와대를 향해 쏟아낸 공박은 이런 난맥상의 절정이라 할 만하다. 김근태 의원은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 대통령과 '일합'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말을 했다. 또 천정배 원내대표는 "우리가 분양원가 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대통령과 맞섰고, 신기남 의장도 "누구 의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의견이 무엇이냐는 게 중요하다"며 거들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당내 창구인 문희상 의원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청 관계자들은 "당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들 수 있는 것만도 어디냐" "정책 이견은 필연적 과정"이라며 상황을 합리화한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이 같은 공개적 대립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양측이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사이 분양원가 공개,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와 같은 민감한 국정현안은 장기 표류 중이고 국민은 헷갈리고 있다.
당·청관계가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그것은 여권 내부 문제일 따름이다.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다면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조용히 해결하면 될 일이다. 제대로 된 당·청관계는 분리냐 아니냐는 형식이나, 대중 영합적인 과시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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