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0·80년대 국제가요제 수상곡 가요무대서 다시 듣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0·80년대 국제가요제 수상곡 가요무대서 다시 듣는다

입력
2004.06.16 00:00
0 0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가요무대'의 녹화가 있던 14일 KBS 신관 TV 공개홀. 1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윤시내가 자신의 대표곡이자 1980년 TBC 세계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열애'를 부른다. 이어 펑키 리듬의 '공연히'(78년 서울국제가요제 입상)를 부르며 무용단과 함께 춤을 춘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렀지만 허스키한 목소리, 격정적인 무대 매너, 화려한 의상 어느것 하나 변한 게 없다.

윤시내 뿐 아니다. '안개'(70년 야마하국제가요제 입상) '꽃밭에서'(78년 칠레국제가요제 입상)의 정훈희도,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78년 동경세계가요제 동상)의 박경희도 마찬가지였다. 정훈희는 조관우가 리메이크해 인기를 끈 '꽃밭에서'를 특유의 다감한 목소리로 불렀고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박경희는 대번에 무대를 휘어잡았다. 김상희의 '즐거운 아리랑'(76년 동경국제가요제 입상)으로 시작한 이날 '가요무대' 녹화는 1970, 80년대 국제 가요제에서 입선한 명곡과 가수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이봉조, 길옥윤, 최종혁 같은 당대의 빼어난 작곡가들이 남긴 노래가 홀에 울려 퍼지자 중년 관객들은 아련한 향수에 젖었다.

가수 활동을 재개한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은 '사랑의 교실'(73년 동경국제가요제 특별상)을, 이영화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81년 서울국제가요제 빌보드상)를 불렀다. 김도향은 '바보처럼 살았군요'(80년 서울국제가요제 입상)를, 목사로 활동하는 윤항기는 동생 윤복희와 함께 불렀던 '여러분'(79년 서울국제가요제 대상)을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윤시내는 "좋은 동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니 친정에 온 기분"이라며 "아침, 저녁 춤 연습을 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흥분되고 떨렸다"고 했다. 그간 방송 출연을 꺼려온 그녀는 "쉬고 싶어서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고 대신 미사리에 있는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하지만 이제부터 앨범도 내고 방송활동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74년 한국일보가 주최한 제1회 한국가요제에서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로 데뷔했던 박경희는 "70, 80년대에 노래를 잘했던 가수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현재 그녀는 경남 창원에서 노래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가요제 수상곡들로 꾸며진 이날 녹화는 '가요무대'의 변신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태룡 PD는 "'가요무대'가 늘 '가거라 삼팔선' 같은 노래로 채워질 수는 없다"며 "노인들만 본다는 이미지를 깨고 50대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 젊은 분위기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가요무대'는 흘러간 옛 노래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리듬' '번안음악' 같은 주제에 따라 일제시기부터 70년대까지의 노래를 아울러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5월 17일 성년의 날에 방송된 '가요무대'에서는 유미리가 '젊음의 노트'를, 김용이 '꿈을 먹는 젊은이'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녹화는 21일 밤 10시 방영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