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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6>노기호 LG화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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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6>노기호 LG화학 사장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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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호(57) LG화학 사장은 공채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이룬 대표적인 주인공 가운데 한명인 셈이다. 노 사장은 이 같은 성공신화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30년 이상 국내 석유화학 산업 외길을 걸으면서 겪어온 고통과 좌절, 그리고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산업화 초기,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석유화학 공장 건설에서부터 고부가가치 유화제품 개발, 고기능성 산업자재 시장 개척, 미래 신사업인 정보전자소재분야 진출 등 세계 산업의 변화에 따라 우리 화학산업의 청사진을 쭉 그려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정통 화학맨'외길 걸어

노 사장은 학창시절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졸업 후 1973년 LG화학에 입사하면서 화학산업과의 인연을 맺었다. 사원 및 간부시절에는 바닥재 등 산업자재의 개발 및 기획업무를 거치며 모노륨, 럭스트롱 등 당시 최고 명성의 LG화학 바닥재를 만든 주역으로 활동했다. 임원이 된 이후에는 LG화학 장식재사업부장, 유화사업본부장, LG다우 폴리카보네이트 사장, LG석유화학 사장 등 화학 전반을 거치면서 2001년 국내 화학업체 선두인 LG화학 사장에까지 올랐다. LG화학 CEO가 된 뒤에는 연간 매출 7조원에 가까운 세계적인 회사로 가꿔냈다. 전통 산업으로 인식되던 화학 제품을 고기능성 제품 위주의 구조로 전환해 성공, PVC, ABS 등을 세계 1등 제품으로 육성했다. 인조대리석·표면자재 등 산업자재 부문에서도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인 듀폰, 3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래 첨단산업인 2차 전지,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확장해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소재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키우는데도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정보전자소재사업은 LG화학 매출의 20%정도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성장했고 3∼4년 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 제2의 LG화학 꿈

노 사장은 늘 국내 업계 1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LG화학을 '2008년 아시아 톱3 화학회사'로 만드는 것.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를 살펴보더라도 무리한 도전만은 아니다. 매출 면에서 2001년 5조2,000억원, 2002년 6조2,000억원, 2003년 6조9,000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세계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도 매출 성장속도 3위, 영업이익률 성장속도 5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 사장은 중국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2010년까지 중국에 현재의 LG화학과 같은 규모의 회사를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LG화학의 중국법인은 현재 총 9개. 각 사업부문별로 현지 생산법인과 판매법인 등 주요 거점을 확보해 현지화 체제를 이미 구축한 상태이고 각 법인별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 지주회사 및 연구개발(R& D) 센터 설립 등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과 판매, 연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론 명실상부한 중국 내 최고의 화학회사로 만들겠다는 것.

'글로벌 경영 전도사'로 통해

노 사장의 해외진출 전략은 업계에서 '글로벌 경영 전도사'로 평가받을 정도로 몸에 배인 국제적 비즈니스 감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입사 후 사업기획, 구매, 신사업 추진팀 등에서 두루 글로벌 비즈니스 경력을 쌓았다. 97년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중국지역본부장을 거쳤고 99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화학업계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를 통해 설립한 합작사(LG다우 폴리카보네이트) 사장을 맡아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는 이 때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다. 1년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우의 선진경영기법과 기업문화를 몸소 배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수평적 팀워크를 강조하는 다우의 의사결정 과정을 LG화학에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게 될 때 관련부서 실무자들이 모두 참여해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하는 방식에 그는 주목한다. 비록 신속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일부터 벌여놓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한국식 관행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노 사장은 14일 1주일 일정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떠났다. 신규시장 진출 가능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 노기호의 경영철학

노기호 사장은 1년 스케줄을 짤 때 월 2회 이상은 꼭 지방사업장을 방문하도록 계획한다. 책상에 앉아 부하 직원들의 보고만 듣고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것 보다는 직접 현장의 소리를 듣고 사업을 꾸려나가는 게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현장경영'과 '열린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열린 경영은 전원 참여의 경영, 비밀 없는 투명 경영, 정도 경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정의한다. 이것에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힘있는 한 걸음을 내딛겠다'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 직원들의 중지를 모아 눈높이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CEO와의 대화'라는 코너를 만들어 어떤 직원의 비판이나 지적도 달갑게 수렴하는 것도 이 같은 열린 경영의 한 실천 방법이다. 그래서 자칫 이름뿐인 CEO의 대화방이 LG화학의 경우 사내 최고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수렴된 의견을 통한 사업계획은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점을 그는 늘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근 팀장급 이상 전 임직원에게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의 베스트셀러 '실행에 집중하라(EXECUTION)'를 선물로 나눠주며 읽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노 사장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간의 격차가 경영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원인"이라고 진단하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아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분석보다 행동을 중시하고, 관행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최근 LG그룹이 선포한 '다이내믹 LG'의 이미지와도 맞아 떨어진다.

노 사장은 "아무리 좋은 전략과 전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실행력이 없다면 이류, 삼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좌우명은 '종선여류(從善如流)'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중국 '좌전'에 나오는 종선여류는 '선을 따르면 항상 모든 일이 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의미로 '정도경영'을 뜻하고, 역지사지는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다 보면 갈등도 발전의 기회가 된다는 것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일맥상통한다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황양준기자

● 인간 노기호

노기호 사장을 처음 만나는 사람은 '영국신사'를 떠올린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누가 봐도 '젠틀맨'이다. 하지만 그의 외모와는 달리 그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질긴 승부근성이 느껴진다. 1990년 초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춘 LG석유화학 공장 건립을 마무리할 당시증류탑을 조달받기로 한 업체에서 전면 파업이 벌어졌다. 증류탑이 제 때 설치 되지 않으면 완공자체를 미뤄야 하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당시 자재담당 부공장장이었던 그는 부하 직원들과 함께 해당 업체로 쳐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노조원들이 길목 곳곳을 봉쇄하고 구호를 외치는 현장을 가로질러 크레인 열쇠를 쥐고 있는 노조 관계자를 만나 담판을 짓고 열쇠를 받아냈다. 이어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100m가 넘는 증류탑을 바지선에 옮겨 싣고 공장까지 끌고 와 목표시점 전에 공장을 완공한 일화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잘 보여준다.

노 사장은 CEO의 가장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리더십을 꼽는다. 그 리더십을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매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그는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도 주문자부착상표(OEM) 방식의 수출을 단호하게 거절한 일본 소니 모리타 사장의 통찰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소니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CEO의 올바른 의사 결정과 그것을 이끌어내기 위한 통찰력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취임 후 염료, 분체 도료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미래전략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사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아 LG화학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사장은 최근 개인적으로 '이공계 살리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동화학차량을 이용, 초등학교나 어린이시설을 직접 방문해 교육 및 실험을 실시하는 '이동화학교실', 학생들이 생활 속의 화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중학생 대상 '화학 캠프' 등은 이공계를 아끼는 노 사장의 뜻이 담긴 프로그램들이다.

●약력

-1947년 서울 출생

-1965년 보성고 졸업

-1972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3년 LG화학 입사

-1991년 LG석유화학 관리 운영담당 이사

-1997년 LG화학 중국지역본부장(전무)

-1998년 LG화학 유화사업본부장

-1999년 LG 다우 폴리카보네이트 대표

-2000년 LG석유화학 대표

-2001년 LG화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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