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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송광수 총장 발언 국가기강 문란"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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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송광수 총장 발언 국가기강 문란" 질책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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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송광수 검찰총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은 1년 반 동안 누적된 검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차에 전날 송 총장의 '항명성' 발언이 불을 당겼다는 것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시작과 함께 준비해온 메모를 읽어내려 갔다. 송 총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이다. 특히 대검 중수부 존폐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이해관계나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법무부 검찰 차원의 제도개선 과제"라고 못박았다. 송 총장이 "중수부 폐지는 검찰권 행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그것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정치적 해석'을 내린 것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매우 부적절한 일', '국가기강 문란'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한 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기제는 수사권의 독립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책에 관해 일방적으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쐐기를 박았다. 청와대는 이 대목이 퇴진 요구는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감한 임기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송 총장의 결심을 요구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평검사와의 대화', 서열타파 인사 등을 통해 검찰개혁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로 인해 성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노 대통령 주변의 인식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개혁을 추진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조직에 동화(同化)한 게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직무 복귀 직후 추진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신설에 검찰이 반발하는데 대한 불만도 컸던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공비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송 총장이 '중수부 무력화'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공비처가 신설될 경우 정치인,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게 돼 중수부, 서울지검 특수부의 수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강 장관에게 "흔들림 없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라"고 재차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검찰 동요…일부선 "제2 檢亂 오나" 우려

노무현 대통령이 송광수 검찰총장을 강하게 질책한 사실이 알려진 15일 오후, 법무부와 검찰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의 파장에 침묵하면서도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검찰 수뇌부는 공식 언급을 삼가면서도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16일 언론 발표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부 회의를 거듭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 받은 뒤 내내 대검 청사 8층 집무실에 머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송 총장은 굳은 표정으로 퇴근했다가 오후 10시께 압구정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송 총장은 마음을 정리한 듯 "집 주변에 도둑 고양이가 많아졌다"며 가벼운 농담도 하는 등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향후 거취에 대해 송 총장은 "법무장관으로부터 특별하게 언질 받은 것이 없다"고 말해 자의든 타의든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기자들이 16일 강 장관의 입장 발표 등을 전하자 송 총장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표정이 어둡기는 강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7시께 '아·태 자금세탁방지기구 7차 총회'가 열리는 소공동 롯데호텔에 강 장관이 도착한 뒤 한 검찰 고위 간부가 인사를 건네려 하자 장관 수행원이 "지금은 인사를 드리지 않는게 좋겠다"며 강 장관의 불편한 심기를 전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의 동요는 더 심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중간 간부는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향해 그런 질책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격"이라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사태 원인 분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송 총장의 14일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과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조직 개편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기류와 맞물려 송 총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한 일선 검사는 "검사 대부분은 송 총장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이번 일로 송 총장에 사표를 종용하거나 사표 제출을 유도한다면 지난해 평검사 집단반발과 같은 조직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제2의 검란(檢亂)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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