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회, 대법원, 중앙행정부처 등 총 85개 국가기관과 200여개 공공기관을 신 행정수도로 옮기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정부는 2030년까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 총 45조6,000억원이 소요되며, 이 중 정부지출은 11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가 신청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에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이 올해(20억원)보다 크게 증가한 122억원 포함돼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필요한 기본계획 수립, 아이디어 수집을 위한 국제 공모전 등에 들어가는 예산이다.
그러나 실제 행정수도 이전 비용은 정부 계획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양대 이태식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인건비·자재비 등 건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행정수도 건설비용은 당초 정부가 밝힌 투자액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95조∼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산정한 건설투자비 45조6,000억원은 2003년 1월1일의 인건비·자재비 등 공사단가를 적용한 비용으로 연평균 5∼15%로 추정되는 공사비 인상 등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14년에는 작년 물가기준으로 추정한 공사비보다 최소 110%, 최대 165% 더 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의 비용 산출을 믿을 수 없다"며 "고속철 건설비용이 당초 4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어났듯이 수도이전 비용도 대폭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행정수도 이전 비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발표했을 당시 6조원(정부 투자분)보다 5조원 정도 늘어난 상태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이처럼 천문학적 숫자의 비용조달이 가능할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이전 대상인 85개 중앙행정기관과 200여개 공공기관의 입주 청사 중 상당수를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나 국회의사당은 상징성 때문에 매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고, 국방부나 과천 정부청사도 매각을 위해서는 주거·상업용으로의 용도변경이 불가피한 데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 등으로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부와 공공기관 청사를 매입할 세력이 있을 지도 미지수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청와대·정부종합청사·대법원·국방부·국회의사당 등 10여개 주요 청사 부지의 공시지가는 4조2,511억원이지만, 이를 용도 변경해서 팔 경우 가치는 15조8,826억원에 이른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당초 예상했던 행정수도 이전 비용 50조원을 훨씬 넘는 예산이 들 것"이라며 "이러한 천문학적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는 밝히지 않은 채 계속 하겠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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