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엔 어른들의 상상 밖의 것들이 늘 궁금했다. 내가 바라보지 않는 동안 거울 속의 세계는 어떨까 하는 것도 궁금했고, 무쇠솥 속에서 밥이 끓는 모습 또한 그것이 어떻게 끓고 있는지 궁금했다.말하면 어른들은 별 게 다 궁금하다고 퉁을 준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과 어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의 차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그러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이상하게 두 가지 궁금증 모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들해지고 말았다. 거울 속이야 안 들여다봐도 뻔한 세상임을 알게 되었고, 무쇠솥 역시 그냥 그 속에서 밥이 끓거니 여기게 되었다.
아이에게 너는 밥솥에서 밥이 어떻게 끓고 있는지 궁금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린시절 어른들이 나를 바라보던 얼굴로 아이가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이 놈은 그런 동심도 없나' 싶어 뜨악하게 마주 바라보다가 '아차'하고 깨닫는다. 요즘 솥은 뚜껑이 투명한 것도 많다. 밥이 끓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국이 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속이 시원하다기보다는 왠지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을 보여줘 밥과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의 신비감만 없앤 느낌이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