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전남 화순군 동면 농공단지 내 (주)비젼푸드 제조공장 사무실. 전날 밤 회사 대표 신영문(35)씨가 한강에 투신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달려온 직원 10여명이 속으로만 삭혀왔던 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정말 성실한 분이었는데…. 무슨 날벼락입니까?" "정작 죽어야 할 것은 업체들의 단속요구를 거들떠보지 않다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정부당국의 무책임 아닙니까?"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만두 업체의 실명을 공개한 지난 10일 이후 신 사장과 직원들은 말 그대로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항의전화와 반품주문이 쏟아지고 빚쟁이들의 채권 회수 압박이 계속되자 신 사장은 마지막 돌파구를 찾아 TV토론회와 인터넷신문 등에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국민들이 쓰레기 만두를 먹게 된 것은 정부가 불량만두소 제조사실을 알면서도 뒷짐만 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죄가 있다면 수입 세관 검열까지 통과한 무말랭이를 납품 받은 것 뿐입니다. 제발 '쓰레기' 오명만은 벗겨 주세요."
그러나 당국은 "업자들이 불량원료를 쓴 게 문제"라며 귀를 막았다. 오히려 '만만한' 제조업자들에게만 '악덕업자'라는 꼬리표를 붙여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실명 공개 사흘후. 정부의 황당한 태도에 환멸을 느낀 신씨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자녀들에게 작별인사까지 한 후 '억울한 죽음'을 택했다.
"내 동생은 타살된 거에요. 불량 만두소를 만든 사람들과 정부가 공범이에요. 그렇지만 동생의 죽음으로 이 끔찍한 만두사건이 끝맺음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이날 오후 내내 한강변에서 동생의 주검을 애타게 찾던 큰형 영식(45)씨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눈시울을 붉혔다.
/안경호 사회2부 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