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과 만나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와 구조조정본부의 투명성 등에 대해 개선을 요구,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14일 공정위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이날 낮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과 오찬회동을 갖고 재벌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 공정위가 추진하는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을 설명했고, 이 회장도 경제살리기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구조본의 역할, 삼성의 지배구조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표출됐고, 한 때 가벼운 말 공방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강 위원장은 오찬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도 말했다"고 밝혀, 오찬 분위기가 LG, 현대차 등 다른 재벌 회장과의 만남과 달랐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동에서 강 위원장은 "삼성 구조본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회장도 "구조본의 투명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이견이 가장 크게 노출된 부분은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강 위원장은 "삼성은 생산측면에서는 효율적으로 잘 하고 있지만, 소액주주와 소비자, 경쟁사업자 등의 자유 확대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삼성은 종업원 14만명, 매출액 120조원의 큰 조직이므로 자유의 침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업을 하는 사람은 사업을 확장하고 이익을 내려는 유인이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이 "이윤추구는 기업의 목적이므로 당연하지만 경쟁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배석했던 공정위 관계자는 "강 위원장과 이 회장은 중소기업, 신용불량자, 영세민이 잘돼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이 회장은 이번 만남으로 오해의 80%는 해결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측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삼성 구조본 임원들이, 공정위측에서는 강대형 사무처장과 관련 직원들이 배석한 이날 회동으로 강 위원장이 추진해온 재벌 총수와의 연쇄회동은 마무리됐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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