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서방인을 상대로 한 알 카에다의 테러가 잇따르면서 사우디가 테러의 새 전쟁터로 떠올랐다.5월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암살과 납치, 자살테러 등 도시 게릴라전을 촉구했던 알 카에다는 7일 외국인 주거단지와 군사기지는 물론 서방 민간항공기까지 공격대상으로 지목한 '투쟁계획'을 추가 공개했다. 이 계획이 공개된 지 하루만인 8일 미국 국방부 계약사인 비넬사(社) 직원 한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진 뒤 참수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알 카에다는 이 살해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13일 인터넷에 공개해 미국 전역을 다시 한번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지난달 29∼30일 석유도시 호바르에서 외국인 19명을 포함, 22명이 숨진 유혈참극도 서방인을 상대로 한 일련의 알 카에다 공격과 무관치 않다.
테러양상도 한층 대담해졌다. 호바르 인질극처럼 당국과의 무장대치도 불사하는가 하면 참수장면을 공개해 공포감을 확산시키는 심리전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러조직이 정보 교환 통로로써 뿐만 아니라 공포감을 확산하는 선전전의 도구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국내 알 카에다의 존재를 부인했던 사우디 정부는 테러가 잇따르자 알 카에다 배후 가능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우디에서 테러가 발호하는 근본원인은 사우디 왕가의 지배이념으로 이슬람의 청교도적 해석을 강조하는 '와하비즘'과 관계가 깊다. 미국 등은 비민주적 제도와 관행의 사상적 근거인 와하비즘이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은 사우디 왕가가 와하비즘에서 이탈, 친미노선으로 기운데 대한 불만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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