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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잔치 된 '빅EU 선거'/44% 최악 투표율 기록…反EU파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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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잔치 된 '빅EU 선거'/44% 최악 투표율 기록…反EU파 득세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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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확대 이후 처음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가 13일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10일부터 나흘간 25개 회원국에서 3억5,00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제히 실시된 역사적인 이벤트였지만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 '빅 EU'의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최악의 투표율

732명의 의원을 선출한 이번 선거 투표율은 1979년 시작된 유럽의회 선거 사상 가장 낮은 44.2%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99년 선거 때의 47%보다도 약 3% 포인트 낮은 수치다. 관심을 모았던 신규 가입 10개국의 평균 투표율은 고작 28.7%에 불과했다. 그나마 몰타와 키프러스가 각각 82%, 71%를 기록했을 뿐 옛 동구권 8개국의 투표율은 참담할 정도였다. 이는 EU 가입으로 곧 생활이 윤택해질 것이라는 환상이 깨지면서 신규 가입국 사이에 실망과 불만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EU 내에서 권한과 위상이 약한 유럽의회에 대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원인이다.

반 EU 정서 분출

유럽 통합의 미래를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관심이 식은 틈을 비집고 통합 반대론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입지를 단단히 했다. EU 통합을 반대하는 영국독립당(UKIP)은 지난 선거보다 10%나 오른 16.84%의 지지도로 의석수를 기존 3석에서 12석으로 늘리는 이변을 연출, 야당인 보수당(25석)과 집권 노동당(17석)에 이어 3당의 지위를 굳혔다.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출범한 신생 반 EU 정당이 14.4%의 지지율을 보이는가 하면 폴란드에서는 반 EU 정당 두 곳이 제2, 3당을 차지했다. 체코에서도 통합에 회의적인 야당이 30%의 지지율로 집권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EU 지도자들은 잇따라 이들의 약진을 경고하면서 각국 정부를 향해 유럽통합과 유럽의회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25개 회원국의 중도우파 정당들이 총 732개 의석 중 269석을 차지, 제1그룹을 유지하고 중도좌파 정당들 연합인 유럽 사민당 그룹 또한 199석으로 제2그룹 지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집권당 줄줄이 패배

대부분 국가에서 다양한 이유로 집권당이 패배하거나 지지율이 하락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투표를 EU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 아닌, 자국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감을 표출하는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복지 혜택 축소 등 경제 개혁 조치, 높은 실업률 등의 경제 문제에 대한 반발이 집권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정부에 대한 불신임 여파로 반전 기치를 내세운 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국의 이라크전 핵심 우방인 이탈리아의 중도우파 집권당도 중간집계 결과 중도좌파 야당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이라크전 반대를 내세워 정권 교체에 성공한 스페인의 집권 사회당은 이번에도 무난히 수성에 성공했다.

이 같은 투표 경향은 EU 차원의 이라크 개입, 터키의 EU 가입, 역내 이민 문제 등 EU가 당면한 현안을 파묻히도록 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한계를 드러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 극복이 유럽 통합의 당면 과제인 점을 확인한 정도가 이번 선거의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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