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 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북한의 대남사업 고위 관계자가 김대중 전대통령을 방문해 관심을 모았다. 김 전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은 14일 서울 동교동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김 전대통령을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안부인사를 전하고 남측의 용천참사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리 부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은 통일을 한 계단 더 높이 발전시킨 역사적인 사변이었다"며 "우리 장군님도 평양상봉을 회고하며 김 전대통령이 북남관계 발전을 위해 한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 전대통령에게 칠보자개도자기, 보석화 등을 선물했다.
김 전대통령도 "6·15 공동선언 이후 지난 4년은 과거 50년보다 많은 일이 이뤄진 시간이었다"며 "남북간 함정이 첫 해상교신을 한 의미 있는 날에 여러분들이 와서 뜻 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DJ 대북특사론'과 관련, "이날 환담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 메시지는 없었다"고 김 전대통령의 김한정 비서관이 전했다.
리 부위원장은 연대 김대중도서관, 연대 통일연구원과 북측 통일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6·15 공동선언 4주년기념 국제토론회' 참석을 위해 전세기 편으로 이날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리 부위원장은 15일 '참여정부와 민간기업의 대북진출'을 주제로 하는 원탁토론에 참석, 남북경협 관련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한편 김 전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리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을 위한 환영만찬을 개최했다. 만찬에 참석한 토론회 발표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미국인으로서 이런 자리에서 만찬사를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미국은 현재 한반도 화해협력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월북 소설가 리기영의 3남인 리 부위원장은 김용순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북한의 대남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리 부위원장은 북측 대표단과 함께 연세대 전자도서관, 삼성전자 기흥공장 등을 둘러본 뒤 17일 북으로 돌아간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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