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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늦둥이 딸의 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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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늦둥이 딸의 재롱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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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유진에게.직장 일에 바빠 너와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1997년 1월 경기 군포시의 어느 병원에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난 너를 보면서 아빠, 엄마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가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보게 되자 일가 친척들은 "대단하다"며 부러워했지.

너를 안고 병원문을 나서니 마침 어느 주부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가더구나. 아이는 돌을 갓 지났을까. 어머니에게 재롱을 부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그때 유진이가 언제 자라서 저렇게 재롱을 부리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너는 이제 훌쩍 자라서 초등학교 2학년이 됐구나. 너와 함께 자주 놀아주지 못해 항상 마음이 무겁구나. 어쩌다 한번씩 네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빠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 아빠는 경찰 공무원이다 보니 새벽에 출근해서 자정을 넘어 퇴근하는 것이 일상사가 됐지. 업무에 쫓겨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많다 보니 제대로 놀아준 적이 없구나.

침대에서 잠에 푹 빠진 너의 볼에 입맞춤을 해주는 것이 고작이란다. 나는 그런 네 모습을 보면서 네 엄마에게 "이 녀석, 오늘 뭐하고 놀았어?"하고 묻곤 한단다.

얼마 전 당직을 하느라 밤을 새우고 집에 들어 갔더니 네가 같이 놀자고 조르더구나. 피아노를 치면서 나더러 노래를 부르라고 했고, 인기그룹 신화의 히트 곡을 부르면서 나더러 백 댄서를 하라고 재촉했지. 아빠는 그때 피곤에 지쳐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어서 네 부탁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단다. 너의 실망에 가득찬 표정을 보면서 아빠는 마음이 무거웠단다.

네 오빠와 너는 나이 차이가 자그마치 열 두 살이다. 네 오빠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몹시 바쁜 줄 잘 알고 있지? 너는 오빠에게도 애교 만점이더구나. 생글생글 웃음을 지으며 오빠에게 다가가 "오빠, 공부 열심히 해! 졸리면 내 생각하면서 먹어"하며 과자를 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유진아, 너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겠지. 그러면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씩씩하게 자라다오. 아빠가. /최병욱·경기 군포시 산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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