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사진) 전 원내대표가 14일 당·청 혼선으로 비춰졌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고, 원가공개를 여전히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원가공개 반대 입장 언급과 정부의 부정적 기류로 인해 여권이 원가연동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데 대해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다. 특히 "당·정, 당·청간에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노 대통령을 염두에 둔듯한 발언까지 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각 파동이후 극도로 말을 삼가던 김 전대표가 원가공개 문제뿐 아니라 최근 한·미관계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독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김 전대표는 이날 '소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며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문제는 더욱 그렇다"고 원가공개 긍정 검토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또 "공공주택 공급은 서민을 위한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이를 일반 기업의 이윤창출 논리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9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다. 김 전대표는 또 "당과 청와대, 정부가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분양가 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가 "원가연동제의 긍정성을 부정하진 않는다"고 전제하긴 했으나, 전반적인 뉘앙스가 원가공개 백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정부측에 강한 불만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 후폭풍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그러나 김 전대표의 한 측근은 "주요현안에 대해 당에 조언하는 차원일 뿐"이라며 "당·정·청간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는 말은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당내 논의와 당·정·청간 논의를 선수나 연배 등에 상관없이 열린마음으로 토론하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차기 대권주자로서 차별화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입각을 앞둔 예비장관 행보' '당내 위상을 높이는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대표가 13일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발언과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와 단독 만찬(10일) 리빈 주한중국대사와 오찬(14일)을 하는 등의 행보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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