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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본다]<21>4부 일본과 세계·아시아④ 日·中관계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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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본다]<21>4부 일본과 세계·아시아④ 日·中관계의 변증법

입력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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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악화된 최근의 일중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장도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전후 최근까지의 양국관계는 대립과 협력의 일정한 변증법적 사이클을 나타내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일중관계는 전후 1972년 국교회복에 이르기까지의 적대적 대립기, '72년 체제'의 성립과 발전기(70∼80년대),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구조적 전환기 등 세 단계로 나뉘어 발전했다. 국교 회복 전 일본은 대중국 적대노선과 정경분리적 민간무역관계의 양립을 시도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72년 체제' 하에서의 협력과 대립

일중 국교정상화는 미중관계의 개선과 중국정부의 미일동맹 용인, 대일 전쟁배상 청구권의 포기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시기에는 일중 양국 협력의 획기적 강화와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80년대에는 일중관계의 경제통상적 협력과 정치외교적 우호감이 매우 확대됐다. 나카소네(中曾根康弘)와 다케시타(竹下登) 내각기에 이루어진 미일중 제휴와 빈번한 정상외교로 양국관계가 유례없이 견고해졌으며, 정부간 경제협력도 제도화되고 확대됐다. 거액의 엔차관 팩키지와 복수년도 총액결정방식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대중(對中) 경협은 양국관계의 발전과 경제적 동기가 결부된 정치적 결정의 성격을 띤다.

일중 정치경제관계에 있어서 '72년 체제'가 잉태한 마찰요인도 있었다. 82년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발생했으며, 85년에는 나카소네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외교분쟁의 초점이 되었다. 일본 방위비의 GNP 1% 한도 돌파문제도 쟁점화됐다. 한편 90년대 초중반의 탈냉전기에는 주로 중국측이 마찰요인을 제공했는데, 천안문사건, 거듭된 핵실험, 대만해협에서의 양안충돌 등이 그것이다.

미일동맹의 강화와 중일관계의 약화

일본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시기는 무엇보다 전후 지속돼 온 '일중 특수론'의 상대화 내지 약화를 지적할 수 있겠다. 90년대 전반 중국의 거듭된 핵실험과 군사비 증대 및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인해 일본정부 내에서 '일중 특수론'은 크게 약화된다.

1996년 이후 미일간의 안보협력관계 강화 움직임은 핵실험, 대만문제, 센카쿠 열도(尖閣諸島·중국명 댜오위타이 군도) 분쟁 등과 함께 '72년 체제'하의 일중관계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양국은 96년 양안 위기 이후 미국과의 관계구축을 축으로 '협조적 경쟁관계'를 다각적으로 구축하면서 경쟁심을 고취시킨다. 98년 11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일이 실현돼 경제협력의 면에서는 일중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호협력 파트너쉽' 구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과거사 사죄의 공동선언 명기를 원하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만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정부와 같은 명확한 삼불(三不)정책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삼불정책은 대만의 독립 대만의 유엔 가입 두 개의 중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이즈미 내각기의 일중 외교마찰의 격화

최근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가 양국관계를 가로막는 최대 현안이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1년 총리 취임 이후 매년 한번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정부로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공조와 중국 고속철도의 신칸센 수주와 관련해 중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형편이나, 중국의 거부로 고이즈미 중국방문 자체가 성사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또 센카쿠열도의 영유권 분쟁이 현안으로 등장해 양국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올해 3월 24일 일본정부가 센카쿠열도에 상륙한 7명의 중국인을 체포하자, 중국 외교부는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며 '국제법 위반행위'라고 일본정부를 비판하고, 자국민 7명의 '즉시 무조건 석방'을 요구했다. 일본 내에서는 3월 24일 관계성청회의를 열어 논의했으며, 자민당 및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같은 달 30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영유권을 확인하는 결의를 전원일치로 가결시켰다.

일본의 대중국 엔차관의 감액 및 불요론(不要論)의 대두와 관련한 갈등 양상도 존재한다. 2000년 이후 일본정부는 대중 엔차관 제공과 관련, 복수년도에서 매년 단위로 변경했다. 또 일본의 국익을 중시한 엔차관, 엔차관의 대중 외교카드화 등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본의 대중 엔차관은 3년 연속 20%정도 감액됐다.

일중관계의 전망

최근의 일중관계는 선택적 협조와 경쟁을 지속하는 형태로 유지되는 전환기적 유동성을 띤다. 또 현재의 양국간 마찰은 고이즈미정권의 전후세대적 속성과 보수우경적 정치노선과 무관하지 않다.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방문이 거부되는 여건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며, 양국 모두 관계개선이 필수적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중국 고속철도의 신칸센 수주, 고이즈미 방중, 북핵문제 해결 등에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으로서도 일본의 경제협력 획득, 미일관계의 견제,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 확보를 위해서도 갈등 국면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협찬 : SK주식회사

/손기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전임 연구원

45세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사, 일본 도쿄대 대학원 석·박사(정치학) 논문 "일중국교정상화의 정치과정"(2003년 현대일본학회 "일본연구논총") 등 다수

■"양국 지나치게 감정적" 中 내부선 新사고론도

최근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지도자들은 취임 이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대놓고 비난하며 상대도 하지않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타이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둘러싸고는 양국 정부와 국민이 한 몸으로 대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양국은 석유 등 에너지의 확보와 동아시아에서의 리더십 선점 등을 위해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치열한 외교전쟁을 펼치고 있다.

양국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도 악화일로이다. 지난해 9월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서 발생한 일본인 단체관광객의 '집단매춘' 소동과 10월 시안시 일본인 유학생 '외설공연' 사건에서 보여준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여기에 대응하는 식으로 일본인들의 감정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한풀 꺾인 것 같았던 '중국 위협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내 중국인범죄 급증현상을 여론화하거나 중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대폭 삭감한 것 등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호간의 절실한 경제·안보적 필요성 때문이다.

문제는 양국 관계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점이다. 사소한 사건에도 민족감정이 끓어 올라 언제라도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문제가 있는 한일관계 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 같다.

중국의 반일 감정은 대부분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촉발시킨다. 여기에 장쩌민 국가주석 시절 강력하게 추진됐던 애국심 고취 정책이 뇌관이 돼 과도하게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 같은 과도한 반일 감정이 보수우익 세력들에게 빌미를 줘 감정적 대응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적인 요소가 많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제4세대 지도자들이 등장한 이후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신사고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을 맡고 있는 장쩌민의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신사고론은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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