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남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그린 영웅 서사시로, 서양 문학사 최고(最高)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도날드 닭’ ‘신나는 노빈손 시리즈’ 등을 낸 만화가 이우일(35)씨가 호메로스를 앞세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냈다. ‘호메로스가 간다’는 이름의 10권 짜리 시리즈로 이번에 1권 ‘트로이아, 화살의 그늘’이 나왔다. 김영사 8,900원.
‘호메로스가 간다’의 특징은 올림포스 신의 이야기를 앞세우는 기존 그리스 로마 신화 서적의 전개방식을 벗어나 인간의 이야기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 같은 인간 이야기를 풀어갈 화자로 호메로스를 등장시켰다. 만화는 호메로스가 몇 십년 만에 고향 키오스섬으로 돌아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트로이와 일전을 벌이는 그리스 영웅들을 만나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간 호메로스가 귀향선에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영웅을 보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전쟁터를 향했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앞에는 신과 인간의 욕망과 질투, 전쟁의 피바람과 흙먼지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은 올림포스 신의 질투와 시기심에서 비롯됐다. 형제 사이인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아름다운 님프(요정) 테티스를 넘보았지만 그녀의 아들이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겁먹고 테티스와의 결혼을 단념한다.
대신 그들은 테티스를 인간 펠리우스와 결혼시키는데 예식장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참석하면서 일이 꼬인다. 에리스가 불화의 사과를 던지자 펠레우스는 그것을 집어 드는데 사과에는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가운데 최고 미녀를 선택하라는 주문이 들어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여러 신들은 세 여신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다 사과를 토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넘기고 선택의 의무도 그에게 지운다.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최고 미인으로 선택하고, 그 선물로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나를 아내로 맞아 트로이로 데려온다. 하지만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미케네왕 아가멤논을 움직여 그리스 연합군을 모아 트로이로 진격했다.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등 그리스 영웅을 만나지만 전쟁은 오히려 그리스 연합군에게 훨씬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가멤논과 영웅 아킬레우스는 불화까지 보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1권은 전쟁이 일어난 이유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본격적인 전쟁은 2, 3권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호메로스가 그리스와 로마를 돌아다니며 독자에게 신화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우일은 4년 전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만들기로 하고 관련서적을 읽고 그리스를 여러 번 답사하는 열정을 보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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