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있었던 대화 하나. "앤디는 예슬이를 짝사랑하는데, 예슬이는 현빈이를 너무 싫어해. 그래서 예슬이하고 현빈이하고 될거같아."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앤디하고 현빈이가 둘 다 모범생 타입이라 서로 친해지고 있다는 거지. 장난 아니라니까." "그러다가 예슬이가 큰 드라마 주연 되서 나가버리면?" "푸하하!" 이 대화를 이해한다면 당신은 MBC '논스톱 4'의 팬일 것이다.'논스톱 4', 혹은 '논스톱' 시리즈는 조금만 보면 안본 것도 본 것처럼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리해볼까?
1. 대학생 남녀가 있다. 2.그 중 한명이 다른 한명을 짝사랑하기 시작한다. 3.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기 전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4.이들의 사랑은 그 중 '더 뜬 누군가'가 '논스톱' 출연을 그만두고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면서 끝난다. 5.새로운 출연진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논스톱'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지만, 그것은 전진이 아니라 그 자리를 계속 도는 것이다. 끊임없이 커플이 생기고 헤어지며, 스타가 되면 결국 이 작품을 떠난다는 것. 이것은 '논스톱'에 있어서는 일종의 대전제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시트콤이 쉴새 없이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논스톱 4'에서도 MC몽의 노래가 차트 1위를 했고, 한예슬은 올해 가장 뜬 스타 중 한명이 됐다. 이것은 단지 '논스톱'이 그럴듯한 스타를 출연시켜서 비현실적이고 똑같이 반복되는 연애담을 보여주기 때문은 아니다. 적어도 '논스톱 4'는 분명히 그렇다.
혹시 대학시절동안 MC몽처럼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가난해서 다른 사람에게 빈대 붙다가 비아냥을 듣거나, 예슬처럼 스스로를 '왕싸가지'라 자처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본적 없었는가. 또 현빈이처럼 너무 착해서 답답한 사람은? '논스톱 4'는 우리의 학창시절동안 한번쯤 보았을 법한 캐릭터들을 만든 뒤, 그것들을 마음껏 과장하며 비현실적이지만 공감할만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그 과장은 그들의 사랑에 이르러 순수함으로 변한다. 캐릭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왕 싸가지'나 '빈대'같은 단편적인 모습을 벗어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드디어 사랑을 하는 순간, 숨겨진 '진심'을 보여주면서 그들 자신도 몰랐던 사랑의 설렘과 아픔을 드러낸다.
예슬의 좋은 친구로만 남아있는 앤디는 예슬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까, 돈 없고 못생겨서 늘 자신감 없는 MC 몽은 영은과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어른들 보기엔 한없이 유치해보여도, 스스로는 죽을 만큼 진지했던 우리의 '그때'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논스톱 4'는 청춘의 순수함이라는 단어자체가 어색한 시대에, 과장된 웃음 속에서 그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감정인지 보여준다.
그 순수한 청춘의 감성이 '논스톱' 시리즈 특유의 패러디나 유행어인용과 같은 트랜드 따라잡기와 결합하면, '논스톱 4'는 비현실적인 유머 속에 지금의 청춘들이 가진 공감대를 짚어내는 작품이 된다. 그것은 마치 청춘의 캐리커처같은 것이다. 비현실적일만큼 과장되어 있지만, 그 바탕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속의 모델들이 존재한다.
'논스톱 4'가 뻔하고 유치한가? 그럼 당신은 이미 순수했던 그 시절의 청춘을, 혹은 사랑을 기억조차 못할 만큼 멀리 지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괜히 '청춘' 시트콤이겠는가!
강명석/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