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낙관주의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웃음으로 영결했다. 11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치러진 레이건의 국장은 엄숙하고 장중했지만 그의 유머와 여유를 되새기는 추도사로 간간히 웃음이 이어졌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많은 미국인이 그분의 친필 서한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자기 방 청소를 위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한 소년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소개했다. 레이건은 "불행히도 연방정부의 자금이 위태로울 정도로 바닥났다. 네 어머니가 네 방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따라서 너는 우리나라의 새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에 있구나. 축하한다"고 썼다고 부시 대통령은 소개했다.
앞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도 추도사에서 "나는 유머가 뭔지, 웃음이 뭔지를 그로부터 배웠다"며 "그가 한번은 '투투 주교를 만나보니 어떻더냐'는 질문을 받고 답하기를 '소-소(so-so)'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투투 주교의 발음과 '그저 그렇다'는 뜻의 '소-소' 발음의 운율을 이용한 유머였다.
워싱턴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시신은 이날 일몰에 맞춰 캘리포니아 시미 밸리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언덕에 안장됐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고르비 냉전해체 평가/"냉전의 승자는 없었다"
"냉전 40여년 간 미국과 소련은 각각 10조 달러를 썼다. 냉전으로 양국 모두 패배했을 뿐 승리자는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소련은 군비경쟁을 계속할 수 있었다"며 '레이건 정부의 군비 압박에 소련이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해석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이날 워싱턴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미국 언론들과 만나 냉전 종식은 미소 양국과 양국 지도자들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였다고 평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이하고 자신이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한 85년을 회상하며, "큰 변화는 미국에서 일어났다"고 운을 뗐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먼저 '반공 전사'와 '평화 건설자'의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변심'에는 낸시 여사가 가장 큰 몫을 했으며, 이는 "레이건이 진정 낸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