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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가톨릭의대 세포의학과 오일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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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가톨릭의대 세포의학과 오일환 교수

입력
2004.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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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백혈병을 비롯해 난치병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기쁩니다.”오일환(44) 가톨릭대 의대 세포의학과 교수는 요즘 들떠있다.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제개발센터’가 차세대 10대 성장 동력 사업의 일환인 성체 줄기세포 치료연구의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정에 따라 앞으로 센터는 6년 동안 120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게 된다.

줄기세포는 수정란이 5~6일 가량 지난 배반포(자궁에 착상되기 직전의 배아)에서 얻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숙한 신체 여러 곳(골수, 탯줄혈액, 신경, 피부 등)에 존재하는 ‘성체 줄기세포’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윤리적 문제가 걸려있는 배아 줄기세포나 체세포 복제에 대한 대규모 지원은 있었지만 성체 줄기세포를 통한 난치병 치료 연구에 정부가 지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가 성과를 거두게 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수반되는 윤리ㆍ사회적 갈등에 대한 과학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 교수는 “사실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언론과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배아 줄기세포 치료 분야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한데 반해 성체 줄기세포는 실제로 치료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현재 혈관과 뼈, 신경을 재생하고 심근경색 등 심장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고 있다.

오 교수 자신은 지난해 1월 탯줄혈액(제대혈)에서 다량의 성체 줄기세포를 추출해 성인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 동안은 추출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수가 너무 적어 30㎏ 미만 어린이에게만 이식할 수 있었는데, 그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또한 당뇨병 등으로 팔ㆍ다리에 혈관이 막힌 환자의 골수세포를 채취해 성체 줄기세포로 키운 다음 이를 환자에게 주사해 다시 혈관을 생성케 하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배아 줄기세포는 윤리적 논란 극복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배아복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치료에 적용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체 줄기세포는 탯줄혈액과 골수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 이런 문제점이 전혀 없다.

오 교수는 “아직도 난제가 산적해 있는 배아 줄기세포 치료보다 현재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성체 줄기세포 치료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성체 줄기세포 분야는 조금만 더 연구가 진척되면 천문학적인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국제적 의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도 배아 줄기세포에 중점 지원하는 ‘올인 전략’보다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균형 지원하는 ‘양다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줄기세포 연구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두 분야에 균등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 미네소타대의 캐서린 버페 교수 한 사람에게 지급된 연구비만 해도 연간 3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오 교수는 “성체 줄기세포가 각종 질병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21세기판 불로초’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지만 금맥을 발견해도 정제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금을 얻을 수 있듯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도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에 정부가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하는 것을 계기로 체계적인 세포치료 연구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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