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물리학 천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자.’세계 규모의 청소년 과학 경시대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7월15일부터 23일까지 포항공대를 중심으로 경북 포항 및 경주 일대에서 열리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는 73개국이 참가를 밝혀와 역대 최대규모로 개최될 예정. 유네스코(UNESCO) 후원으로 열리는 국제 과학올림피아드에는 수학 화학 물리 정보 생물 천문 등 6종목이 있는데 이 중 물리 올림피아드는 1967년 폴란드에서 시작해 올해로 35회째다.
국제물리올림피아드란
국제 물리올림피아드는 초기에 동구권 국가들만의 행사로 열렸지만 과학의 중요성이 각국에서 대두되고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하나 둘 참가하면서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33회 대회에는 66개국이 참가할 정도의 대규모 국제대회로 성장했다.
대회 참가 자격은 20세 미만의 대학생이 아닌 학생. 국가별로 5명의 학생대표와 2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공식대표단과 그 밖에 물리학 교육과 관련된 인사들까지 포함 1,000여명이 한국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국제 과학올림피아드가 열리는 것은 2000년 수학, 2002년 정보 올림피아드에 이어 세번째다. 1992년 필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23회 대회에 처음 참가한 한국은 2002년 2위에 이어 지난해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34회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8박 9일의 일정 중 실제 대회가 열리는 날은 17, 19일 이틀이다. 대회는 이론 및 실험 부문으로 나뉘어 실시되며 이론은 5시간 동안 3개, 실험경시는 5시간 동안 1~2개 문제를 풀게 된다.
문제는 주최국가의 학술위원회가 만들고 국제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형식으로 출제되며 문제 수준이 그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조직위원회 소속된 교수들이 대회에 적합한 수준의 ‘멋진 문제’를 출제하느라 고심 중이다. 문제는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제시된 후 참가국 임원에 의해 자국어로 번역돼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대부분 참가국들은 개별적인 물리올림피아드를 거쳐 국가대표 학생을 선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물리학회가 주관하는 전국 규모 한국물리올림피아드(KPhO)에서 입상한 학생 중 우수학생을 뽑아 별도의 교육을 거쳐 대표를 뽑는다. 현재 5명의 학생이 선발돼 대회 우승을 목표로 맹훈련에 돌입한 상태. 선발 학생 명단은 다른 올림피아드 대표 학생과 함께 출범식을 갖는 6월25일까지 비밀에 붙여진다.
풍부한 부대행사,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도
참가자를 위해 대회장 밖에도 각종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경주 일대를 관광하고 포항방사광가속기, 포스코 등 산업시설을 탐방하며 한국 가정을 방문해 생활상을 체험해보기도 한다. 물리올림피아드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참가해 강연회를 갖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차기 총장인 스탠퍼드대 로버트 러플린 교수가 젊은 물리학도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전할 예정이다.
올림피아드를 기념해 홈페이지(www.ipho2004.or.kr)에서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물리상식퀴즈 대회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조직위원회는 포항시, 과학교사협회 등과 함께 7월 2~3일 ‘포항 가족과학축제’를 연다. 조직위 관계자는 “과학 마술쇼, 과학영화 상영 등 재미있고 다양한 과학 문화 확산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물리학과 김정구 교수는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세계 우수 청소년들에게 우수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물론 아름다운 전통문화도 함께 알렸으면 한다”며 “우리나라의 젊은 학생들에게도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 우수한 청소년이 이공계를 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작년대회 금메달 이형준 자원봉사자
"지난해 대회 참가는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그 기쁨을 후배 참가자들과 다시 나누기 위해 올해는 자원봉사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2003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우리나라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한 이형준(17) 군은 "올해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는 것으로만도 뿌듯하다"고 입을 열었다. 올해 자원봉사자 중에 대회 수상자 출신은 모두 10명. 지난해 학생대표 5명 전원과 2000~2002년 대회 참가자 중 5명이 기꺼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그저 물리가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일찍부터 물리학자의 꿈을 품어왔다는 이 군은 올해 2월 민족사관고를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9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입학한다. 대회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이 군은 요즘도 대회 참가를 위해 훈련을 받고 있는 다섯 명의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날마다 서울대의 실험실을 찾고 있다.
"금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의 예비 물리학자들을 미리 만나는 것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지난해 대회 때는 대만의 천슈이볜 총통이 개막식에 직접 참가하고 학생들 이동차량을 경찰이 에스코트하는 등 국가적 지원이 막강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회를 평생 잊을 수 없는 뜻 깊은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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