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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안 분만으로 산모 고통 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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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안 분만으로 산모 고통 덜자

입력
2004.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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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시청하다 보면 산모가 고통으로 소리지르며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아이를 낳는 장면이다. 그리고 남편은 병실 바깥에서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는 화면으로 이어진다. 이 때 산모가 느끼는 고통은 육체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겹쳐 있다. 만약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다면 고통은 줄어들 것이다.산부인과에서 일하다 보면 산모가 저렇게 고통을 극심하게 겪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미국을 비롯한 의료 선진국들은 산모가 출산하면서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산모와 신생아의 정서를 고려한 대안분만을 통해 출산의 고통을 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모는 앉아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수중 분만을 통해 자궁과 자궁 바깥 세계에 완충지역을 설정하기도 한다. 특히 산모가 가족의 도움을 받는 가족분만은 산모의 고통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다.

우리의 분만 문화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산모들은 이제 자신의 아이가 세상과 첫 대면하는 방식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 한 여성 연예인이 경험했다는 수중분만은 실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분만을 일상적으로 지켜보는 입장에서 가족분만이 산모가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러 주고 행복한 추억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산모는 출산의 고통보다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이를 맞이할 기대감을 갖게 된다. 특히 얼마 전 어느 분만실에서 남편이 출산이 임박한 산모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주는 것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산모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산모의 이 같은 모습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남편을 통해 재생된 행복한 기억들이 마취 성분의 엔돌핀이 체내에서 분비하도록 도와 진통을 경감시키기 때문이다. 남편이 간단한 지압법을 배워 산모의 요추를 지압해 주면 산모의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 같은 대안 분만이 대중화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출산법을 선호하는 시부모의 요청이나 새로운 방식을 낯설어 하는 산모 당사자의 의견이 대안분만의 확산을 막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부부의 사랑과 가족을 완성시키는 소중한 경험이다. 대안 분만이 일상화돼 이 경험이 고통의 신음이 아니라 기쁨의 미소가 되기를 바란다.

/김미현 장스여성병원 책임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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