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운영자들은 궁극적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결국 이들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으며 사회 전반의 이슈들에 대해 그 중요성과 보편성에 입각한 관심을 균등하게 기울이지 못한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이슈들을 우선 해결하여 국민 전체의 환심을 한꺼번에 사려고 한다. 그러므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정부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해결을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으며, 정치적 서열을 기다리지 않고 국민들이나 피해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통로가 보장되어야 한다.이른바 '분산이익(diffused interest)'도 국가의 '고마운 관심'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이다. 분산이익의 문제란 사회 전체적으로 합쳐보면 심대한 법익이지만 피해자 개개인이 받은 피해가 너무 작거나 미미하여 기존 사법시스템의 절차를 통해 법적구제를 받기엔 너무 비현실적인 경우를 가리킨다.
최근 발생한 이른바 '쓰레기 만두' 사건은 분산이익의 문제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쓰레기 만두를 먹은 사람의 대다수가 개별적인 구제를 받을만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쓰레기로 소를 만든 만두를 먹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관련 업체의 만두를 먹어왔던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이 정신적 피해는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있으나 이 수많은 사람들 중 자신의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해 실제로 비용을 들여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두 제조사 입장에서는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고집스러운 소비자 몇 명만 적절히 무마하면 된다. 결국 쓰레기 만두는 계속해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도가 집단소송이다. 집단소송 제도는 간단히 말해 한 두 명 또는 매우 적은 숫자의 원고가 불특정 다수인 잠재적 원고들의 위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을 대표하여 단일한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이 소송을 승소나 합의로 이끈 후 이 불특정 다수가 판결액이나 합의금의 분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사법의 사각지대에서 끌어내 올 수 있는 사건들이 최근에도 많이 있었다. 인터넷 대란과 폭설교통 대란 등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피해를 입혔지만 피해자 개개인에게는 미미한 피해에 그쳤다. 그 후 몇 명의 총명한 원고들과 희생적인 변호사들에 의해 소위 '집단소송'이 제기되었지만 이 소송들도 전체 피해자들 중 극히 일부의 법익만을 대리하고 있을 뿐이며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현행법상 이 소송들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에게 개별적으로 위임장을 받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실시될 것이긴 하나 이는 IMF위환위기라는 초국가적 비극과 관련되어 입법자들이 기업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쏠림현상'을 보이면서 나타난 에피소드일 뿐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보다도 다른 분야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더욱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미국도 1966년 당시 중요한 이슈였던 인종분리·차별의 퇴치를 위해 집단소송규칙을 개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조물책임소송, 환경소송, 반독점소송, 소비자소송, 소액투자자소송 및 인권소송(성차별, 인종차별) 등이 봇물 터지듯 집단소송의 형태로 제기되어 각 분야의 사회발전을 북돋웠다. 중국도 1991년 집단소송법을 제정하였고 이 집단소송법에 따른 다자 소송이 공해, 소비자, 증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어떤 학자들은 집단소송 덕분에 사회불안 요소로 발전했을 분쟁들이 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집단소송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발전을 이끌고 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은 다시 한번 일반적 집단소송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법무법인 한결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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